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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을 보려면

9일 경기 성남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연 '산·학·연+병원' 합동회의가 각별히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하면서다. 이번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려면 치료제와 백신이 나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치료제·백신 개발만큼은 끝을 보라"고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다만 바이오 부문에 대한 민간의 도전을 부추기는 제스처 이상으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뒤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각종 신약 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서 국내 연구개발(R&D) 기반은 아직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희망적 조짐은 있다. 노벨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냈다는 소식이다. 향후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낭보다. 얼마 전 국내 의료진이 중증 코로나19 감염자 2명을 완치자 혈액에서 뽑아낸 혈장으로 회복시킨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김 교수 개인의 특출함과 오랫동안 우수인력을 축적해온 국내 의료계의 역량을 반영할 뿐이다. 물론 바이오업계가 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개발해 세계적 선망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감염병 치료약과 백신 개발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을 필요로 한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큐어벡사에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는 대가로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를 제시했다는 보도를 보라. 정부의 과감한 '마중물 투자'는 필수란 얘기다. 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엄청난 임상시험 비용 등이 소요되는 백신 개발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래서 아직 갈 길은 멀다. 선진 주요국이 수조원 규모 코로나19 백신 투자 레이스를 본격화할 무렵 정부는 고작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투입했었다. 9일 정부는 2100억원 투자를 약속했으나, 이 역시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일 수도 있다. 예산 항목이나 국가 R&D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서 추가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


다행히 이번에 코로나19 진단 분야에서 우리가 세계적 모범국이 됐다. 그 비결이 따로 있었겠나. 그나마 이번엔 정부가 창의적 도전에 나선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않은 덕택이다. '바이오 강국'임을 입증하는 독자적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려면 바이오산업에 채워진 불합리한 규제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