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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수능 대리시험,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의 척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명문대에 재학 중인 공군 장병이 같은 부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휴가를 나와 지난해 수능을 대리로 치른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04년 대리시험과 함께 휴대폰을 이용한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확인돼 200여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된 사건 이후 15년 만의 재발이다.

우리 교육시스템의 근간인 수능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렸다. 이 땅에서 거의 사라진 듯했던 수능 부정의 독버섯이 버젓이 확인됐다. 수험표에는 시험을 본 장병이 아니라 선임병의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도 적발되지 않고 넘어갔다. 시험감독 체계상의 허점과 형식적이고 부실한 감독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 대리시험은 정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해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기존 29%에서 4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발생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을 통한 정시 전형이 교사의 주관적 평가와 '부모 찬스'가 존재하는 수시 전형보다 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시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적발해내지 못한 수능 부정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곽상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각종 수능 부정행위 적발건수는 모두 1024건에 달했다. 매년 200건이 넘는 부정행위가 반복돼 발생하고 있었다. 수능 부정행위가 상상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만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대리시험 적발건수는 없었지만, 대리시험 부정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순 없다. 군 당국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한 줌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혀낸 뒤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백년대계를 망치는 어떤 형태의 수능 부정행위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교육이 살고 나라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