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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타다 징비록이 필요하다

1년반 만에 혁신 꿈 접어
또 다른 희생양은 없어야

모빌리티 혁신의 꿈이 꺾인 타다가 11일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지난 2018년 가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굴리던 카니발 1400여대는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드라이버들은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현 대표를 파견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벤처 1세대 이재웅이 꿈꾸던 모빌리티 혁신은 비극으로 끝났다.

우리는 본란에서 줄기차게 타다 실험을 지지했다. 단기적으로 타다가 가져올 부작용을 몰라서가 아니다. 당장 택시 기사들은 일자리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타다가 개정 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예외조항을 편법으로 이용한다는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다를 혁신의 시금석으로 보았다. 길게 보면 타다식 혁신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었고, 혁신성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타다 편에 설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정부도 정치도 타다를 외면했다. 국토교통부는 관제 틀 안에 민간 혁신을 가두려 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혁신보다는 표가 더 급했다. 지난 3월 국회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금지법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 여파가 벌써 나타났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 정치권의 압력에 맥없이 무너졌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0일 "4월1일 도입한 오픈 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을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하면서 "공공 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배민은 수수료를 정액식에서 정률식으로 바꿨다. 그 배경으로 규모가 큰 점주가 광고비 정액제에 기초한 '깃발꽂기'로 주문을 독점한다는 점을 꼽았다. 자연 광고비 지출 능력이 달리는 영세상인과 신규 점주들은 앱 하단으로 밀렸다. 배민의 주장이 맞다면 정치인들은 되레 큰 음식점주 편을 들면서 작은 음식점주들을 차별한 셈이다. 정치가 섣불리 끼어드는 바람에 새 수수료 방식을 놓고 합리적으로 토론할 기회마저 날아갔다.

지금 우리에겐 '타다 징비록'이 필요하다. 혁신의 싹을 짓밟고도 반성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이미 타다에 이어 배민도 당했다.
배민은 문재인정부가 칭찬해 마지 않던 유니콘 기업이다. 그런 스타트업이 한순간에 '악덕'으로 전락했다. 그냥 두면 타다금지법에 이어 배달앱 금지법까지 나올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