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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벼랑끝에 선 주력산업, 정부는 여전히 미적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쓰러질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2·4분기 진정된다해도 V자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는다. 다들 침체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굼뜬 행보여서 산업계는 속이 타들어간다.

전 세계가 멈춰서면서 치명타를 입은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수요 부진에 유가 폭락까지 겹치면서 정유업계는 이제 사상 초유의 실적쇼크까지 직면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1·4분기 영업적자는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 패권으로 극심한 가격경쟁이 있었던 2014년 4·4분기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시 이들 기업의 손실은 1조1000억원대 수준이었다.

조선업계도 급속히 얼어붙었다. 올해 대형 프로젝트 발주로 내심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판판이 깨졌다. 클락슨 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71%나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로 유럽연합(EU) 심사가 계속 밀리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기업합병도 속도를 못내고 있다. 대규모 노동자를 흡수하는 조선업이 휘청하면 일자리가 수없이 날아가게 된다.

항공업계는 말 그대로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3∼6월 국내 항공사 매출 피해 규모를 6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한국 수출 주력업종인 자동차·가전업체 해외 공장은 한달 가까이 셧다운이다. 코로나 해외 확산세를 보면 셧다운 상태가 당장 해결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에게 미증유인 이 사태에 해외에선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약 2조달러(약 2425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에서 기업대출·대출보증에 5000억달러(약 606조원)를 배정했다.
이 중 항공사를 비롯, 특정 기간산업에 대한 대출이 460억달러(약 55조원)다. 우리 정부는 이 급박한 시간에 너무 신중하다. 골목상권도 지켜야 하지만, 나라 기둥산업이 흔들리지 않게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