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화물선사 33곳 앞다퉈 신청
해수부, 여객선사 몫 돌릴지 고민
긴급경영자금으로 900억원이 설정된 외항화물선사에 지원신청이 쇄도해 1200억원 이상이 몰렸다. 해운업계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물동량이 급감,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보증 없는 자금지원책이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거부될 우려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해운 지원 모집에 1215억 몰려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기준 긴급경영자금을 신청한 외항화물선사는 총 33개사로 1230억원이 몰렸다. 해수부는 지난 3일부터 국내 외항화물선사 163곳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자금 대출을 실시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금융기관에 900억원을 예치하면 1사당 최대 50억원 한도에서 연 금리 2% 이내 만기 1년짜리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 피해가 현실화된 데 따른 조치로, 여객선사·항만업계에 각 300억원의 지원책과 더불어 시행됐다.
화물선사 업계는 가뜩이나 물동량이 감소하던 시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큰 한·중 항로는 2월 수출입 물동량이 1356만t으로 집계돼 전년동기 대비 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3월 이후에는 물동량 감소가 더욱 클 전망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해운사 14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 중 67%가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7.4%가 줄어들 전망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대출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실행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의 추천서 발급과 금융기관의 심사에 따라 이르면 13일 이후 대출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출 신청액이 늘어남에 따라 수협은행과 IBK기업은행 2곳으로 정했던 대출창구도 6곳으로 늘렸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부산은행, 우리은행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금융기관에서 대출 거부 우려 나와
업계에서는 지원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긴급경영자금 지원이 실질적인 대출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담보 여력이 없는 수많은 외항 화물선사가 대출 신청을 하는 경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 현행법상 정부는 직접 해운선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고 해양진흥공사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일으킬 순 있지만 담보 보증 등 실질적인 대출 절차에는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긴급경영자금을 신청한 선사들은 담보 여력이 없는 선사들이 대다수"라며 "공사에서 대출에 대한 담보 보증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금융기관에서 대출 승인을 거부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나 공사의 지원 범위를 늘려 실질적인 대출이 승인되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행 지원 대책이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전에 나온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화물선사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려 중이다. 다만 해운진흥공사의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아 여객선사 등에 대한 대출이 미달할 경우 이를 화물선사 지원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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