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그리는 文대통령
경제팀 여전히 우물쭈물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일 먼저 준비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과거의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고와 담대한 의지로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특단의 고용정책과 기업을 살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꼽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상을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구분했다. 문 대통령 역시 코로나 이후,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는 사고와 의지'라는 대목도 눈에 확 들어온다. 누구보다 정부 경제관료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문 대통령은 경제대응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현 사태를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한 뒤 4차례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게 좋은 예다.
그에 비하면 정부는 다소 답답한 모습이다. 경제관료 특유의 신중함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늑장으로 비친다. 코로나19 위기는 책상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단계는 지났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 정부가 왜 천문학적 부양책을 펴겠는가. 금융위기 극복 전력이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연준은 제로금리, 무제한 양적완화(QE)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기업이 발행한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사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락천사(Fallen Angels)로 전락한 포드차, 메이시백화점의 회사채가 수혜 대상이다.
정부 경제팀과 비교하면 오히려 한국은행이 잰걸음이다. 한은은 이미 정부 보증을 전제로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에 대출할 수 있는 문도 열어놓았다. 하지만 회사채 매입 건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14일 국내 항공사 노조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더 늦기 전에 항공산업에 대대적 금융지원을 시작해달라"고 호소했다. 환자가 목숨을 잃으면 백약이 무효다. 방역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선제대응이 열쇠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딱 한번(3월 27일) 열었을 뿐이다. 이래선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힘들다. 행여 '관성과 통념'의 틀에 갇힌 것은 아닌지 정부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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