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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와인리뷰 호주 와인 13종 전문가 시음회.. 쏜 클락 쉬라즈의 압도적 품질 인상적

[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와인리뷰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한 호주와인 쇼케이스에 준비된 와인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시음했다.


[파이낸셜뉴스] "출렁대는 검붉은 과실 향에 실크처럼 고급스런 질감…."
'호주 와인'을 말할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이다. 호주 와인을 즐겨마시는 사람은 물론이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구대륙 와인을 먹다가 가끔은 폭발하는 진한 와인이 그리운 경우에도 호주 와인은 좀처럼 이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호주 와인산지는 대부분 남호주, 서호주, 뉴사우스웨일즈, 태즈매니아 섬 등 주로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남호주에는 바로사 밸리, 에덴 밸리, 맥라렌 밸리, 클레어 밸리, 랑혼 크릭, 쿠나와라 등 웬만한 매니아라면 이름을 들어봤을 산지가 수두룩하다. 또 최근에는 본토 아래에 위치한 태즈매니아 섬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호주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은 100여가지에 달하지만 레드 와인을 만드는 쉬라즈는 호주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포도 품종이다. 이외에도 까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 리슬링 등이 많이 생산된다.

[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호주와인 쇼케이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가 호주 대륙을 나타내는 지도에 유럽대륙 전체를 넣어 호주 와인산지가 방대한 곳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와인전문지 와인리뷰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호주 와인을 한자리에서 비교 시음하는 전문가 시음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호주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산지에서 나온 쉬라즈 7종, 까베르네 소비뇽 2종, 피노 누아 3종, 샤르도네 1종 등 총 13종의 와인이 나왔다. 쉬라즈 와인은 역시 기대한대로 입술과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찐득한 과실향과 질감이 압도적이었다. 또 쿠나와라에서 생산되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특유의 매콤한 향이 일품이었으며 태즈매니아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는 아주 독특한 질감과 향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나온 와인 13종에 대한 느낌을 적는다.

1.녹턴 빈야드 샤르도네 2018(Nocton Vineyard Chardonnay 2018)
태즈매니아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와인으로 금색이 약간 가미된 연녹색 와인이다. 잔에 코를 대면 독특한 이스트향이 올라온다. 내추럴 와인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두엄같은 냄새가 살짝 섞여있지만 아주 고급스럽다. 입에 넣어보면 쇼비뇽 블랑보다 더 강한 신맛에 깜짝 놀란다. 바스락거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의 가벼운 질감이 독특하다. "어, 이거 샤르도네 맞나? 쇼비뇽 블랑 아냐?"라는 생각이 들때쯤 입속에서 벌꿀향이 스쳐간다. 고급 샤르도네인 프리미어 크뤼급 이상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런 향이다. 서늘한 태즈매니아의 샤르도네는 정말 맛있고 여운도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

2.녹턴 빈야드 피노 누아 2015(Nocton Vineyard Pinot Noir 2015)
서늘한 태즈매니아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 와인으로 피노 누아에서 보기 힘든 검붉은 장미빛깔의 와인이다. 역시 두엄향이 약간 올라오는데 앞선 샤르도네 와인과 같은 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인듯 하다. 입에 머금어보면 피노누아 치고는 좀 진한 맛이 난다. 부르고뉴의 빌라주급보다 숙성이 더 이뤄진 피노누아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러나 뒤에 약간의 단맛이 남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3.플랜태저닛 쓰리 라이온스 피노누아 2016(Plantagenet Three Lions Pinot Noir 2016)
그레이트 서던에서 나오는 피노 누아 와인이다. 루비 빛을 띠며 잔에서는 피노 누아 특유의 신맛을 기반으로 한 향이 올라온다. 그러나 약간 산화된 향에 가깝다. 입에 머금어보니 신맛이 전혀 없다. 생기도 없고 여운도 강하지 않아 정점에서 내려오는 와인을 마시는 느낌까지 든다. 예전에 플랜태저닛이 만든 시라즈를 경험했을때 상당히 훌륭했는데 피노 누아 와인은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4.톨퍼들 빈야드 피노누아 2017(Tolpuddle Vinyard Pinot Noir 2017)
태즈매니아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 와인으로 약간 진한 빛깔을 띠고 있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강하지 않은데 입에 넣어보니 의외로 기분 좋은 신맛과 함께 아로마가 꽤 좋게 다가온다. 삼키고 난 후에도 신 맛을 기반으로 한 여운도 어느 정도는 이어진다.

5.쇼 앤 스미스 쉬라즈 2016(Shaw+Smith Shiraz 2016)
애들레이즈 힐스에서 나오는 쉬리즈 와인이다. 호주 쉬라즈 특유의 걸쭉하고 불투명한 빛깔이 다른 지역의 시라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스월링을 통해 냄새를 맡아보니 신선한 과실향이 확 올라온다. 신선한 과즙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혀를 두껍게 발라버리는 타닌은 매우 인상적이다. 부케향은 거의 없지만 과실향을 기반으로 한 여운도 꽤 길게 이어진다. 호주 시라즈 와인을 기대하고 마신다면 실망하지 않을 그런 좋은 와인이다.

6.펜폴즈 쿠능가힐 쉬라즈(Penfolds Koonunga Hill Shiraz 2016)
호주를 대표하는 바로사밸리에서 시라즈 77%와 까베르네 소비뇽 23%를 섞어 만든 와인이다. 진한 빛깔을 띠는 와인으로 잔에서는 과실향이 아주 좋게 올라온다. 그러나 입에 넣어보면 첫 인상과 다르게 산도와 타닌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쉬라즈의 힘있는 과실향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고급진 카시스 향도 약간 부족하지만 데일리 와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도할만하다.

[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7.헤셀그로브 카트킨 쉬라즈 2017(Haselgrove Catkin Shiraz 2017)
맥라렌 베일의 와인으로 정말 진한 빛깔이 인상적이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과실을 졸인 듯한 향이 먼저 반긴다. 보르도 특급 와인에서 주로 맡을 수 있는 고급스런 카시스 향과는 조금 결이 다른 정제되지 않은 신선한 야생의 느낌이다. 하지만 굉장히 고급스럽고 진한 향이다. 와인을 머금으면 입술도 치아도 금새 까맣게 물들일 정도로 아주 진한 맛이 일품이다. 묵직한 과실향의 질감도 묵직하고 타닌의 살집이 두툼하다. 와인을 삼키고 난 후에는 초콜릿 향 등의 오크 터치가 길게 이어진다. 호주 쉬라즈의 진하고 고급스런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 와인은 분명히 정답에 아주 가깝다.

8.팍스톤 나우 쉬라즈 2018(Paxton Now Shiraz 2018)
맥라렌 베일에서 생산하는 진한 보랏빛 와인이다. 이산화황을 쓰지 않았고 필터링도 거의 거치지 않았다. 내추럴 와인에 가깝다. 스월링을 하면 잔에서 시큼한 향과 기분좋은 꽃향이 같이 올라 온다. 입에 넣어보면 오디같은 베리류의 과실향과 신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갓 따낸 과실의 즙보다는 수확시기를 약간 지난 과실향의 느낌이 난다. 오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부케향이 없으며 쉬라즈임에도 미디엄 질감을 보인다.

9.투핸즈 엔젤스 쉐어 쉬라즈(Two Hands Angel's Share Shiraz)
맥라렌 베일에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이다. 호주 쉬라즈 특유의 불투명한 검보라빛을 띤다. 잔에 가까이 가기도 전에 고급스런 과실향을 뿜어낸다. 입에 넣어보면 고급스럽고 진한 아로마가 아주 좋다. 신맛도 꼿꼿이 살아있고 잘 다스려진 타닌도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 구조가 아주 좋은 와인이다. 와인을 삼키고 난 후에도 타닌이 잇속을 파고드는 느낌이 기분좋다. 역시 투핸즈는 쉬라즈를 참 잘 다룬다.

10.페이스 쉬라즈 2017(Faith shiraz 2017)
바로사 밸리의 와인으로 호주 쉬라즈보다는 칠레의 까르미네르를 닮은 그런 보랏빛을 띤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이 강하지 않고 입에 넣어보면 약간 잼같은 맛도 난다. 아로마의 생기가 떨어지고 단맛도 있다. 전형적인 호주 쉬라즈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호주와인 쇼케이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쏜 클락 윌리엄 랜드 쉬라즈 2014(왼쪽 아래)와 카트눅 오딧세이 까베르네 소비뇽 2013(오른쪽 아래) 와인이 다른 와인보다 짙은 검붉은 빛깔을 띠고 있다.


11.쏜 클락 윌리엄 랜들 쉬라즈 2014(Thorn Clarke William Randell Shiraz 2014)
바로사 밸리에서 나는 쉬라즈 100%의 와인이다. 호주 쉬라즈 중에서도 아주 진한 검붉은 색이 인상적이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카시스를 졸인 고급스런 향과 연유를 섞은 섞인 향이 기가막히게 좋다. 호주 최고급 와인인 펜폴즈 그랜지에서나 맡을 수 있는 그런 향이다. 입에 머금어보면 과실을 갓따내 배어물은듯 신선하고 진한 과즙이 출렁댄다. 와인을 삼키고 나면 걸쭉하고 아주 잘게 쪼개진 타닌이 입속의 미뢰를 파고 드는데 타닌이 과즙의 향을 물고 들어온다. 한참이 지난 뒤 혀로 치아를 문질러보면 치아에서 뽀드득 소리가 난다. 정말 인상적인 타닌이다. 비강에서는 초콜릿 향과 흑연의 향이 계속 이어진다. 여운도 상당히 길다.

[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쏜 클락 윌리엄 랜드 쉬라즈 2014.

12.카트눅 오딧세이 까베르네 소비뇽 2013(Katnook Odyssey Cabernet Sauvignon 2013)
호주 와인의 심장인 쿠나와라에서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이다. 쉬라즈보다 훨씬 진한 색깔이 인상적이다. 잔에서는 매운 후추맛이 먼저 올라오고 까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피망 향과 카시스 향이 휘몰아친다. 입에 넣기도 전에 이렇게 많은 향이 올라와 살짝 놀랬다. 입에 넣어보면 신선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도가 반기며 촘촘히 나뉜 타닌도 아주 좋다. 구조가 좋다는 것은 바로 이런 와인을 말한다. 흑연 향이 너무 강해 마치 한약을 머금은 듯한 착각을 주다가 조금 지나자 다시 흑연의 향으로 돌아간다. 여운도 좋고 타닌도 입속 구석구석 스며든다. 풀바디의 묵직한 와인이지만 단맛이 전혀 없어 더 좋다.

[스토리와인]폭발적인 과실향의 호주 쉬라즈 와인.. 보랏빛 립스틱 찍히겠네
카트눅 오딧세이 까베르네 소비뇽 2013.

13.레이디스 에스테이트 빌리 까베르네 소비뇽 2015(Raidis Estate Billy Cabernet Sauvignon 2015)
쿠나와라에서 생산되는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이다. 보랏빛이 가미된 진하지 않은 빛깔을 띤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후추 향과 매운 피망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호주 까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이다. 입에 넣어보면 신맛을 기반의 아로마가 다소 가볍지만 기분을 좋게 만든다. 타닌도 제법 잘 갖추고 부케향도 좋은 와인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