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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韓 성장률 -1.2%, 그중 낫다고 자만하지 않길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3%로 떨어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현지시간) 내다봤다. 이는 석달 전 전망치(3.3%)보다 무려 6.3%포인트 낮은 수치다. 미국은 -5.9%, 유로존은 -7.5%, 일본은 -5.2%로 전망했다. 한국(-1.2%)은 비교적 선방한 편이다. 그렇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순 없다.

IMF 전망치와 함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세계무역기구(WTO)가 내놓은 숫자다. 지난주 WTO는 올해 세계무역이 13~32%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이달 1~10일 수출이 122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8%(약 28억달러) 넘게 줄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이 푹 줄면 덩달아 성장률도 흔들린다. IMF 전망치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IMF는 현 위기를 대봉쇄(Great Lockdown)라고 불렀다. 대봉쇄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래 9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제위기다. 대공황 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엉터리 긴축 처방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렸고, 정부는 재정건전성에 집착했다. 이를 깬 이가 1933년 취임한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루스벨트는 빅딜, 곧 케인스식 경기부양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10여년 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미국은 대공황의 실수를 잊지 않았다.

지금은 온 세계가 대공황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무제한 양적완화(QE)도 드물지 않다. 저마다 천문학적인 부양예산도 속속 집행 중이다. 미국은 성인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다만 부양 규모는 작고, 속도는 더딘 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일 먼저 준비하자"고 말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일자리도 산다. 행여 정부가, 그나마 한국이 선방하고 있다며 자기만족에 빠지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