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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해법, 금융위기 때 美 GM이 모델

정부 과감한 지원 덕에
120만명이 고용 유지

정부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할 비상 고용대책과 기업 지원대책을 22일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비상회의 체제를 가동(1차 3월 19일)한 지 한달 남짓 됐다. 5차 회의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안건을 다룬다. 바로 일자리와 기업살리기다.

이번 위기가 90년 전 대공황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름값이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로 굴러떨어지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한국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27% 줄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마이너스 3%를 제시했다. 평소 같으면 깜짝 놀랄 일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때는 최악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는 게 현명하다. 문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면서 관성과 통념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강조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5차 경제회의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두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먼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용대책과 기업대책은 동전의 양면이지만, 굳이 선후를 따지면 기업이 먼저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일자리도 산다. 금융위기 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사례를 참고할 만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GM에 510억달러, 우리 돈 60조원이 넘는 거액을 출자 지원했다. 정부가 대주주가 됐다. 이때의 GM을 속칭 '거버먼트 모터스'로 부른다.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미국에서 특정 기업, 그것도 금융사가 아닌 제조업체를 사실상 국유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정부가 원칙을 깬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에 있다. GM을 지원한 덕에 일자리 120만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GM이 살아난 뒤 2013년에 미 재무부는 지분을 다 팔았다.

5차 회의에선 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업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이미 한은은 정부 보증을 전제로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중앙은행이 회사채를 매입한다면 시장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정부로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경제위기 대응은 방역과 비슷하다.
상황 봐가며 단계적으로 대응하면 이미 늦다. 나중에 과잉이란 지적을 받더라도 미리 방화벽을 높이 쌓는 게 좋다. 5차 회의에서 관성과 통념을 깨는 담대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