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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금은 항공사를 살려놓는 게 급선무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4일 대한항공에 영구채 인수를 비롯해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국책은행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항공산업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 빙하기는 앞으로 얼마 동안 이어질지 모른다. 해빙기가 올 때까지 기간산업인 항공업을 살려두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0조원짜리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계획을 밝혔다. 발상은 좋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다. 안정기금을 산은 산하기구로 두려면 산업은행법부터 손봐야 한다. 산은이 재원용 기금채를 발행하는 데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내 항공업계는 차분히 입법·동의 절차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땅바닥에 떨어진 붕어에게는 먼 강에서 끌어오는 물보다 당장 한 바가지의 물이 소중하다.

채권단은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항공사 자구책, 고용안정, 이익공유, 대표이사의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을 내걸었다. 5차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국책은행 지원은 사실상 세금을 투입하는 공적자금이다. 항공사들로선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달 중순 미국 재무부는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주요 10개 항공사와 총 25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긴급지원에 합의했다. 지원방식을 놓고 재무부는 대출, 업계는 보조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양자를 섞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또 재무부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 때문에 향후 항공사가 정부 통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하지만 생존이 급한 업계가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와 산은에 당부한다. 항공사 지원은 이제 급한 불을 껐을 뿐이다. 조만간 안정기금이 정식 출범하면 추가 지원도 이어지길 바란다. 다만 민간 항공사 지분을 소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하는 게 좋겠다. 정부는 23일 산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출자로 취득한 기업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코로나19가 올 가을, 겨울에 2차 준동할 것으로 본다. 바이러스와 싸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필이면 이런 때 대한항공을 핵심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 안에서 경영권 다툼이 진행형이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 간의 휴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