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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융위 사모펀드 대책, 적절한 조율 잘했다

순기능은 살려나가되
부작용만 손질하기로

금융당국이 26일 사모펀드 최종 개선책을 내놨다.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살려나가되 시장 규율을 좀더 촘촘히 짰다. 말썽이 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교훈으로 삼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에 사모펀드 개선안 시안을 내놨다. 이후 두달 남짓 시장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새로운 대책이 담겼다. 자산 500억원을 넘는 큰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 석달 안에 집합투자자총회를 열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순기능 유지라는 대원칙을 고수한 것은 바람직하다. 지난해 사모펀드 시장은 파생결합펀드(DLF)의 불완전판매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선언이 잇따라 터지며 홍역을 치렀다. 통상 이럴 때 규제당국은 강경책을 들고 나오기 일쑤다. 여론의 비판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은 그대로 둔 채 부작용만 바로잡기로 했다.

사모펀드가 보수정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판단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이명박정부 때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탱크처럼 밀고 나간' 결과물이다. 이어 2015년 박근혜정부 때 규제가 확 풀렸다. 이때 적격 투자자 기준이 투자금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이때부터 개인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 사모펀드 시장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에 설립된 라임자산운용은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다. 한동안 높은 수익률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환매중단 사태가 터졌다. 이종필 전 부사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은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역성을 드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라임 사태는 사모펀드 강국으로 가는 성장통이다. 9년 전 김석동 위원장은 한국형 헤지펀드를 K팝에 비유했다. 지금은 씨를 뿌리는 인내의 시간이다.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시중은행더러 벤처에 투자하라고 아무리 팔을 비틀어도 실적은 영 신통치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정을 중시하는 은행의 DNA와 위험을 추구하는 벤처의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자본이 바로 민간 헤지펀드다.
국책 KDB산업은행 혼자선 벅차다. 벤처 육성은 민간과 공공 자본이 같이 가야 한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은성수 위원장의 노력에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