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전국민 고용보험은 시기상조다

방향 옳지만 재원이 걸림돌
국민취업지원제부터 해보길

전 국민 고용보험이 화두에 올랐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같은 정치인은 물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같은 관료들도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배경은 두 가지다. 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서 고용보험 확대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또 다른 배경이다. 고용보험 확대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이며 4·15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모든 근로자에게 실업안전망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코로나 방역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이 큰 밑천이 됐다. 마찬가지로 전 국민 고용보험은 경제위기 극복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고용보험 수혜층을 더 넓혀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지금은 전체 근로자의 절반가량만 고용보험 혜택을 누린다. 나머지 절반 곧 자영업자,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건설일용직. 프리랜서 등은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정책은 재원이 걸림돌이다. 현행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다달이 내는 돈이 종잣돈이다. 근로자가 월평균 급여의 0.8%를 내면 거기에 사업주가 0.8%를 보탠다. 근로자가 실직하면 실업급여란 이름으로 재직 당시 평균임금의 60%를 최장 9개월까지 준다. 하지만 본인이 사업주이면서 동시에 근로자인 자영업자 등은 보험료 부담이 온전히 제 몫이다. 이러니 지금도 고용보험 임의가입의 문이 열려 있지만 이용자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치 사업주인 양 자영업자 등을 위해 절반의 보험료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정으로 감당하기 벅찬 규모인 데다 형평성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에 내놓은 게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다. 고용보험 소외계층인 저소득 영세자영업자 등 60만명을 돕는 게 목표다. 구직촉진수당을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일자리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은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된다. 제도 도입을 위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단박에 건너뛰는 건 힘들다.
중간 징검다리로 국민취업지원제도부터 실시하는 게 현실적이다. 중복지원 등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일자리예산도 이번에 싹 정리해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그 뒤에 다시 논의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