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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 불황 초입에서 역대급 재정적자라니

정부의 재정 상황에 역대급 빨간불이 켜졌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1·4분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다. 여기에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순(純)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55조3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였다. 코로나발 경제위기의 문턱에서 벌써 나라곳간이 텅텅 비고 있다니 큰일이다.

이처럼 재정수지를 악화시킨 요인은 뻔하다. 경기부진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을 급속히 늘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이미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일 법인세가 계속 줄어들었다. 그 결과 올해 1~3월 누계 국세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8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지출(164조8000억원)은 26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공공부문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리고, 기초연금을 확대 지급하는 등 가뜩이나 돈 쓸 데가 많았던 터에 코로나19발 불황을 방어하기 위해 추경예산까지 편성하면서다.

이로 인해 3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76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개월 새 34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만일 최대 30조원에 이를 3차 추경까지 적자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단숨에 45%대로 뛰어오른다. 그렇게 해서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고, 언젠가 미래세대에게 '세금폭탄'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재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청이 밀어붙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무리수가 이어져선 곤란하다. 국민 모두에게 100만원씩(4인가족 기준) 나눠준다고 해놓고 소득 상위 30%를 대상으로 '기부 캠페인'이란 희한한 편법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발 경제충격파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터에 정부가 미리 실탄을 소진하는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추후 큰코다칠 일을 자초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