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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망사용료 갈등 확산, 공청회부터 열어보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개 단체가 국회가 추진 중인 넷플릭스 규제법안 등을 강력 저지하고 나섰다.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법안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CP)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까지 아우르며 여러 규제를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최근 2∼3년 새 국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트래픽도 급증했지만, 국내 CP와 달리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이를 개선하려 법안을 손질한 것인데 모호한 문구도 있고, 업계에 심각한 갈등을 안길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가령 망 품질관리 차원에서 콘텐츠업체에 부여한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는 어느 선까지 책임에 해당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n번방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불법음란물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 의무' 조항 역시 개인정보 열람범위를 두고 대혼란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국회가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업체들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망 사용료 부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이해 당사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여론 수렴을 건너뛰고 법부터 만드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외국 업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 대표를 불러 공청회부터 열고, 무엇이 문제인지 깊이 따져보는 게 순서다.

근본적으로 망 사용료는 한국 인터넷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내 소비자의 편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내외 CP에 망 사용료를 강제로 내게 하면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과연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까지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소비자단체를 포함한 공청회를 거쳐 입법을 마무리짓는 게 맞다. 늦었더라도 그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