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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000명에 보건교사 1명…'등교개학 코앞' 불안한 교실

학생 1000명에 보건교사 1명…'등교개학 코앞' 불안한 교실
지난 11일 대전 중구 충남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걸린 시계에 책상이 비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학생 1000명에 보건교사 1명…'등교개학 코앞' 불안한 교실
지난 11일 서울영동일고등학교 고3 교실 복도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권형진 기자,정지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급 학교의 등교가 중지된 이후 79일 만에야 겨우 학교를 개방하게 됐지만, 교육계에서는 '4차 감염' 사례가 지속해서 보고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한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학교 방역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건 인력 확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전국 1만1943개 초·중·고·특수학교 가운데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곳이 1741곳이나 됐다. 전체 학교의 약 15%에 해당한다. 교육당국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퇴직 보건교사 등을 한시적으로 파견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 보건교사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선아 전국보건교사회 부회장(서울 송정중학교 보건교사)은 "추가로 배치된 보건인력이 한 학교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순회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간호조무사를 임시방편으로 배치한 경우도 있어 불안감이 크다"며 "특히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과대학교를 보건교사 1명이 담당하는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현재 학교들은 방역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있다"며 "확진자가 발생해 몇 개 학교만 문을 닫아도 당장 원격수업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등교 개학을 추진하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라면 방역 전문가를 각 학교에 파견해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도의 대책이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 대한 보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부회장은 "중·고교의 경우 보건 교육이 선택 사항이어서 입시 교육에 밀려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등교 개학을 앞두고 각 학교에서 원격수업으로 개인 위생·방역 수칙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류교 서울시보건교사회 회장(서울 성수초등학교 보건교사)도 "PC방이나 코인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이 감염병 전파 통로로 부상했는데 모두 1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라며 "10대들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지 않도록 강제할 수단이 필요하고 이에 맞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학교 방역 대책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역·학교별 여건에 따라 Δ격일·격주제 등교 Δ학년·요일별 등교 Δ시험 대형 책상 배치 Δ과학실 등 특별실 활용한 학생 분산 Δ개인별 급식지정좌석제 시행 및 학년별 급식시간 분리 Δ학급별 배식 출발시간 시차 운영 Δ미러링 수업(학교 내 대면·원격 수업 병행) 등 방안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했지만, 공간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미러링 수업만 해도 한 반을 둘로 나눠 시행해야 하는데 공간과 교육 인력 모두 2배가 필요하다"며 "고3만 등교한다면야 운영할 수 있겠지만 고1~2까지 학교에 나오면 인력·공간 문제로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2019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은 전국 초·중·고교에서 2만2895개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9.8%로 학급 10곳 가운데 1곳은 과밀학급이라는 얘기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전체 학생이 모두 등교하는 상황에서는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서 급식을 운영하고 쉬는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어렵다"며 "순차적인 등교 개학을 하더라도 원격수업을 중심에 두고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실현 가능한 방역 대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학교가 감염병의 통로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예산, 인력, 행정 지원을 대폭 늘려 학교의 방역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방문해 등교 개학 준비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정부는 9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체온계, 손소독제, 열화상카메라,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구비했다"고 밝혔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각 시도교육청에 특수목적사업비로 내려온 예산이 많은데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재난 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런 예산을 재편성해 방역 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유치원까지 합쳐서 전국 학교가 2만 곳이 넘는데 학교당 500만원이 안 되는 예산을 주면서 '방역의 최전선'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방역을 관리하는 데 따른 예산과 인력, 행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령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방과후강사 등 등교 개학 연기에 따른 유휴 인력 1500여명을 학교에 투입해 마스크 착용 지도, 급식소 질서 유지 등 업무에 투입하고 있는데 다른 시·도에서도 이같은 정책을 시행해 학교 부담을 줄이고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교육청이 등교 개학에 앞서 인근 군부대와 협력해 각 학교의 방역을 진행하기로 한 것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송 위원은 "방역 업무까지 학교에 다 떠넘기면 어딘가 구멍이 뚫릴 수 있다"며 "어렵게 대면수업을 재개한 상황에서 교사들에게만 기대면 방역과 교육 둘 다 어렵게 해내든가,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 격차를 해소할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당분간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 지적된 가정 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교육당국이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