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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대구 고3, 우려 속 등교시작

"수업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대구 고3, 우려 속 등교시작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오성고에 재학 중인 한 고3학생이 교문에 들어서고 있다. 2020.05.20. ljy@newsis.com
[대구=뉴시스]이지연 이은혜 기자 = "학교 가는 게 이렇게 특별한 일이 될 줄 몰랐어요."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의 오성고등학교 3학년 황모군은 80일 만에 이뤄진 등굣길에서 이 같이 말했다. 11년 전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시절이 떠오를 정도로 상기된 표정을 보였다.

오늘(20일)부터 전국 고3학생들의 등교가 일제히 시작되면서 텅 비었던 교정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초여름이 돼서야 다시 학교 문턱을 밟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들뜬 표정을 지었다.

오성고는 교내 펜싱부를 제외하고 오전 7시50분부터 8시10분 사이에 등교하도록 사전 안내했다. 정문을 들어서면 학생들이 최대한 간격을 두고 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테이프를 이용해 '거리두기' 동선마크를 표시해 두기도 했다.

오랫만의 등교 덕분인지 7시30분이 채 안 돼 학생들이 한 명씩 등교하기 시작했다. 정문을 지나자 "앞사람과 2m 간격 두고 서야 한다", "서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등 교사들의 한 줄 동선에 대한 안내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간격두기는 꽤나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수업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대구 고3, 우려 속 등교시작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오성고 3학년의 한 학급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2020.05.20. ljy@newsis.com
반면 자녀를 등교시키고 운전대를 돌리는 학부모의 표정들은 조금은 무거워 보이기도 했다.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 등 재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학부모 최모(57·여)씨는 "대입 일정상 지금이라도 개학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무증상 감염 등 정말 괜찮을지 걱정된다. 한 명이라도 (확진)사례가 나오면 지난 12년 과정을 모두 망치게 되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앞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사이에선 일단 개학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한 황모 군은 "집에만 있다가 학교에 오니 너무 좋다"며 "개학이 더 늦춰지면 악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개학시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모 군도 "4월까지는 솔직히 좀 쉰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당장 시험이라 부담도 되지만 지금부터라도 개학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교사들도 "머리 많이 길었네", "그래도 단추는 좀 잠그고 다니자" 등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도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들의 지도 말씀이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박민수 교장은 "이번 주는 원격수업에서 배운 부분에 대한 피드백 중심의 수업으로 진행한다. 당분간 교실 이동도 최대한 자제하는 등 학생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수업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대구 고3, 우려 속 등교시작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20일 오전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첫 등교를 한 대구시 중구 경북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문에서 교실까지 한 줄로 서서 이동하고 있다. 2020.05.20. ehl@newsis.com

중구 남산동의 경북여고도 상황은 비슷했다. 교사들의 안내 속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학생들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왔다.

대부분의 학생들도 들뜬 표정들이 역력했지만 개학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3학년 윤지수 학생은 "학기 초 설레는 기분보다 불안함과 걱정이 크다. 3학년이라 수능 입시준비도 해야 하는데 너무 막막하다"면서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너무 반갑고 좋지만 전처럼 편하게 어울릴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위험한 상황인 만큼 학교에 오는 게 찝찝하다. 온라인 개학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친구들과는 스마트폰 등으로 소통하는 상황이 이미 익숙해졌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수업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대구 고3, 우려 속 등교시작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20일 오전 3학년 등교 개학을 한 대구시 중구 경북여자고등학교 급식실 탁자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2020.05.20. ehl@newsis.com

경북여고는 급식실의 모든 탁자에 학교에서 3D프린터로 자체 제작한 가림막을 설치했다. 점심시간 교사의 인솔 아래 정해진 동선에 따라 급식실로 이동해야 한다.

식사는 간편식 위주로 제공하며 매점도 당분간 열지 않을 예정이다. 미술실이나 음악실을 사용하는 이동수업도 하지 않아 학생들의 이동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계획이다.

학생에게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보이면 교실과 동떨어진 역사관에서 머물러야 한다.

경북여고 3학년 한 담임교사는 "등교 개학이 늦었던 만큼 아이들이 낯선 상황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면서 "수업 등 기존의 업무에 방역지침까지 더해지니 교사들은 무척 바쁜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화정 경북여고 교감은 "방역과 위생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지도할 예정이다“고 했다.


백채경 대구교육청 중등장학사는 "철저한 방역은 물론, 원격수업과 연계해 학습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이 컸던 만큼 교육청에서도 검토를 거듭했다"며 "학교 현장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모니터링 해 나갈 예정이다. 생활방역에 대해서만이 아닌 일상에 대한 모두의 역량을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eh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