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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안됨!" 고3들 '고발 등교후기' 1만건

"거리두기? 안됨!" 고3들 '고발 등교후기' 1만건
지난 20일 부산 한 고등학교 고3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거리두기? 안됨!" 고3들 '고발 등교후기' 1만건
21일 트위터에 올라온 고3 학생의 '등교 후기'.(트위터 캡처)© 뉴스1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아이들이 우왕좌왕 돌아다니고 떠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 됨!"

인천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A양(18)은 등교 개학 이튿날인 21일 트위터 계정에 '등교 후기'를 올렸다. 오랜만에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들이 반겨주셔서 좋았지만, 학교 방역을 위한 안전수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어 불안하다는 이 글에는 30여개의 '하트'가 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학기 시작 이후 80일 만에야 다시 교문이 열린 가운데 고3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교 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서로 이를 공유하는 일이 인기다.

트위터에만 지금까지 1만건이 넘는 등교 후기가 올라왔는데 학교마다 어떤 방역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지, 안전수칙은 잘 지켜지는지, 코로나19 관련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학생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담겼다.

하트를 많이 받은 등교후기를 살펴 보면 주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학교 현장의 문제를 지적한 경우가 많았다.

경기 고양에 사는 한 고3 학생은 21일 등교후기를 올리고 "분반하지 않고 27명이 한 반에 다닥다닥 붙어서 공부한 데다 마스크 쓰는 게 힘이 든지 쉬는 시간만 되면 다들 턱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며 "급식을 먹을 때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서로 붙어 있게 됐고 투명 칸막이가 없어서 서로 마주보고 얘기하면서 먹었다"고 했다.

서울 지역 한 고3 학생도 "수련회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담임 선생님의 인솔에 잘 따르면서 밥을 먹었지만 친구들과 최대한 접촉하지 말라는 수칙은 제대로 지켜지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반에는 출입하지 말라고 했는 데도 쉬는 시간만 되면 규칙을 어기고 옆반에서 떠들고 논다"고 토로했다.

20일에 이어 21일에도 '등교 후기(2일차)'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고3 학생은 "6시까지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었더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며 "점심 시간에 대한 통제는 어제보다 느슨했고 쉬는 시간의 분위기는 음악만 나오지 않는 클럽 같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올린 등교후기에는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자신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다른 학생의 확진 판정으로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묻어난다.

한 고3 학생은 "이동수업 시작 전 체온 검사를 하는데 37.5도 이상이 4명이나 나왔다"며 "만약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자가격리로 시간을 버리게 되는 데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부장으로 근무하는 한 교사는 학생들이 올린 등교 후기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고 했다. 이 교사는 "동료 교사가 알려줘서 알게 됐다"며 "어려운 시기에 학교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선생으로서 안타깝고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와 교사의 노력을 칭찬하는 등교 후기도 올라오고 있다. '덤*'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고3 학생은 "정문부터 교실까지 바닥에 청테이프로 표시돼 있어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선생님들이 불가능에 도전해 보자면서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으셨고 아이들도 물 마실 때를 제외하면 이를 지켰다"고 밝혔다.

중학교 교사이자 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인 B씨는 "등교 후기를 읽으면서 남학생들이 서로 마스크를 벗고 잡기놀이를 한다는 내용을 보고 웃기면서도 슬펐다"며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후기를 더 자주 볼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