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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방역 '흔들'…쿠팡물류센터→가족 전파, 다음은 학교?

생활방역 '흔들'…쿠팡물류센터→가족 전파, 다음은 학교?
마켓컬리는 서울 장지동 상온 1센터 물류센터에 근무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3일 친구와 대전광역시를 다녀오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24일 컬리 상온1센터에서 근무했다. 이후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서 검사 후 이날 오전 확진 통보를 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생활방역 '흔들'…쿠팡물류센터→가족 전파, 다음은 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기 부천 오정동 쿠팡 신선물류센터에 27일 오후 적막이 흐르고 있다. 쿠팡 측은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완벽히 확보될 때까지 센터 운영을 중단한다"면서 안내를 붙여둔 상태다. 2020.5.27/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생활방역 '흔들'…쿠팡물류센터→가족 전파, 다음은 학교?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0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1265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40명의 신고 지역은 서울 19명, 경기 6명, 인천 11명, 대구 3명 순이고 검역 과정 1명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생활방역 '흔들'…쿠팡물류센터→가족 전파, 다음은 학교?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지난 27일 수도권에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명 안팎에 달하면서 'N차 감염(접촉자가 또다른 감염원이 되는 것)'의 급격한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부천 소재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하루 동안 50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이 향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이태원 클럽에 의한 추가 전파 사례인지, 또 다른 지역사회 감염인지 밝혀지겠지만, 대규모 유행에 불씨가 붙은 것만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집단감염을 조기에 막지 못하면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를 조기에 종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일일 확진자 수 50명 이하,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율 5% 이하를 제시했다. 이 기준이 쿠팡 물류센터로 인해 깨졌다.

◇2000여명 검사결과 주목…일일 확진자 50명 훌쩍, 흔들리는 생활방역

2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와 서울·경기·인천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7일 0시 이후 하루 동안 수도권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서울 23명, 인천 22명, 경기 15명 등 60명에 달했다. 생활방역을 위한 일일 확진자 기준(50명 미만)을 훌쩍 넘겼다.

이들 중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50명에 육박했다. 쿠팡 물류센터 초발환자는 40대 여성(인천 142번)으로 지난 13일 증상이 발현했다. 그 전날 쿠팡 물류센터에서 하루만 일했는데, 결과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방역당국은 유행 양상을 볼 때 시설 내에서 또 다른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이태원 클럽보다 큰 것은 다양한 연령대 근로자가 근무했고, 그 수가 40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20~30대 젊은 층만 몰린 이태원 클럽보다 방역 범위가 더 넓고 까다로울 수 있다. 무엇보다 쿠팡 물류센터→가정 내 아이 감염→학교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가족감염 사례가 속속 발생해서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여성(강서구 34번)의 3살 딸(강서구 27번)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로구 신도림동에 거주하는 40대 여성(구로구 38번) 13살 딸(구로구 39번)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특히 인천에서는 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가족이나 지인이 물류센터에 근무해 추가로 감염된 사례가 6명에 달했다.

문제는 아직도 2000여명에 대한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같은 확산 추세라면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 수는 조만간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행 상황에 따라 이태원 클럽보다 감염자 규모가 많을 수 있다.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인원 추적이 늦어질수록 가족 내 연쇄감염이 발생하고 학교로 전파될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27일 브리핑에서 "근로자 40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문자나 전화로 계속 검사를 안내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지역에서 다른 유행 사례도 계속 보고되고 있어 지역감염에 의한 발병 사례로 보고 있으며, 감염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접촉자 최소 수만명 추정 …사회적 거리두기 여지 남긴 방역당국

지난 27일 0시 기준 이태원 클럽 누적 확진자 수는 247명이었고, 8만3000여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이 결과에 비춰보면 쿠팡 물류센터는 방역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유행이 7차감염으로 이어진 만큼 물류센터 역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쿠팡 물류센터 초발환자는 이태원 클럽과 연관된 돌잔치 뷔페를 방문했다. 현재까지는 이태원 관련 사례로 볼 수 있지만, 방역당국은 다른 지역사회 감염이 원인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쿠팡 물류센터 유행은 등교수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7일 오후 1시30분 기준으로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해 등교수업을 연기한 학교는 유치원을 포함해 전국에서 561곳이다.

전체 2만902개 학교의 약 2.7% 수준이지만, 경기 부천은 고3 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년의 등교가 중지돼 251곳이 교문을 열지 못했다. 사실상 부천 대다수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이다. 경북 구미와 서울에서도 각각 181곳과 111곳이 등교 날짜를 재조정했다. 서울에서는 지난 20일 고3 등교수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등교한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3월 초·중·고 개학을 강행한 뒤 큰 지역사회 유행을 겪은 싱가포르 사례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이중삼중으로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생활 속 거리두기 강행 의지를 표명해온 방역당국 기류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정은경 본부장은 "접촉자를 추적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추적하는 확진자 수나 노출된 공간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 재전환에 대한 여지를 두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