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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리 또 내린 한은, 기재부도 보조 맞추길

올 성장 마이너스 예상
통화와 재정 같이 가야

한국은행이 2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뚝 떨어뜨렸다. 당초 2.1%에서 -0.2%로 2.3%포인트 낮췄다. 전망이 현실이 되면 성장률은 외환위기 뒤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하게 된다.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9년에도 한국 경제는 플러스 성장(0.2%)했다. 한은은 이날 역성장 대응책으로 금리를 다시 내렸다.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낮은 0.5%까지 떨어졌다. 금리는 사상 최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과 금리를 동시에 낮췄다. 경기 부양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올바른 판단이다. 코로나 사태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격랑에 휩싸였다. 지금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유럽에선 여전히 바이러스의 기세가 등등하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는 이제 막 시작이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한국도 물류센터·콜센터 감염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사태는 언제 불길이 잡힐지 모른다.

냉정하게 보면 한은 전망치도 낙관적이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하반기 코로나19 창궐이 진정된다는 전제 아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2%로 내다봤다. 지금 같아선 하반기에 좋아지리란 보장이 없다. 전 인류가 애타게 기다리는 백신·치료제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나마 한은과 이 총재가 비상시국에 걸맞은 대응책을 재빨리 내놓아서 다행이다. 사실 예전 같으면 기준금리 0.5%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낮은 수준이다. 또 한은은 은행 등 금융사에서 우량 회사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시행 중이다. 별도로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매입하는 10조~20조원 규모의 특별목적기구(SPV) 설립도 주도했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은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은이 과거와 달리 유례없이 저신용 회사채나 CP를 인수하는 기관에 대출금을 줘서 대부분의 기업 자금을 감당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곧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는다. 빛바랜 성장률 전망치(2.4%)부터 확 뜯어고쳐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30조원 이상이 될 3차 추가경정예산을 헤프게 써서도 안 된다. 한국판 뉴딜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뉴딜을 그린·디지털에 한정할 이유도 없다. 당장 일자리를 생각하면 인프라 뉴딜이 제일 급하다. 정책효과는 통화(한은)와 재정(기재부)이 어우러질 때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