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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적 집단감염에도 등교 강행…文정부 '아이 안전' 시험대

등교 전면중지 없이 지역별 조치·밀집도만 낮춰 수도권도 고3은 대입 고려해 매일 등교가 원칙 학생·학부모 반대여론 상승…지지도 영향 주목 ""

산발적 집단감염에도 등교 강행…文정부 '아이 안전' 시험대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인천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29일 오후 교사 확진자가 발생한인천시 서구 백석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0.05.29. jc4321@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난 상황에서도 교육부가 등교를 강행하자 문재인 정부가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분노와 우려가 정부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1학기 동안 원격수업으로 운영하거나 등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 9월학기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학교 내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학원이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교직원·학생들이 확진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등교재개를 반대하는 중·고등학생 40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에서는 "등교를 강행한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 학생들은 "사람이 먼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또는 "K방역 홍보가 그리 중요한가", "정치적으로 고3을 이용하는 것 같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복불복으로 자생하라는 것" 등 비난 일색이다.

이 학생들은 정부가 등교 관련해 댓글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부 등교 관련기사에 일요일인 지난 24일 '오늘 등교한 고3'이라는 작성자들이 "정부와 교육부의 신속대처로 큰 질병 확산을 막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듣다가 오랜만에 학교 가니 좋았다. 개학하길 잘한 것 같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7일 대전세종지역 한 맘카페에서는 "만약 K방역 완성을 위해 국민들 목소리 듣지 않고 등교를 고집하는 거라면 속상하다"며 "국민 건강과 안정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전세계에 보여주기식 등교라면 정말 아니라고 본다. 아이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하려는 모습은 못 보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 26일 경기 광주지역 맘카페에서 한 학부모는 "9월부터 제2의 코로나 유행이 창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교육부는 이를 대비해 온라인 학습을 토대로 가정학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현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아이들을 사지에 몰고 있다"고 등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글 작성자는 "청원이 소용 없으니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면 된다.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도 끌어내린 나라인데 할 수 있다"며 등교 반대 국민청원 동의 및 교육부 민원 접수 등을 독려했다.

지난달 고3 등교 전 게시돼 2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고3 등교 다음날인 지난 21일 보건교사라고 밝힌 작성자가 올린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글은 지난 30일 오후 10시 기준 15만6566명이 동의했다.

이런 여론이 반영된 탓인지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월 4주 들어 소폭 줄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5월3주차(18일~22일) 주간집계 결과 긍정평가는 62.3%였으나 5월 4주차 TBS 의뢰로 실시한 주중집계(25~27일)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체 응답자의 61.5%로 전주 대비 0.8%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가 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8~2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을 넘겼고,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해 수도권 등 8개 시도에서 등교중지 학교도 830개교를 넘긴 만큼 앞으로 지지율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허석열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차 대유행이 올 경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생활과 방역의 균형을 이뤄야 하는 딜레마에 있다. 당장 선거 등 변수가 없는 만큼 감염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방역 역량을 입증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등교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7일 유치원생과 초등1~2학년, 중3과 고2가 학교에 갔다. 오는 6월3일에는 초등3~4학년과 중2·고1이, 6월8일에는 초등5~6학년과 중1이 등교한다.

지난 20일 고3 등교 당시에는 당일 새벽 인천 미추홀구 등 5개 구 66개 고교와 경기 안성에서 9개교에서만 등교가 불발됐으나, 2차 등교일인 27일부터는 수도권과 대구·경북 등에서 561개 학교와 유치원이, 28일 838개 학교와 유치원이 교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지난 27일 등교 대상 학생 268만9801명 중 25만7093명(9.6%)이 등교하지 못했다. 이 중 5만4190명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가정학습'을 신청해 등교를 거부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싱가포르와 프랑스 등 해외에서 등교 후 확진자가 늘어났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어린이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가 2건 발견되면서 그 공포는 더 커졌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6일 이태원 클럽 관련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지난 11일 개학일을 일주일간 미룬 것 외에는 여러 차례 등교 추가연기는 없다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7일에도 "현재 대한민국 방역체계 속에서 등교수업을 하지 못한다면 올 한 해 등교수업을 아예 하지 못하거나, 원격수업만 진행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원격수업만으로는 선생님 대면수업으로 얻을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을 제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연속 신규 확진자가 50명 이상 발생했을 때에도 교육부는 수도권 유·초·중학교 등교로 인한 학교 밀집도를 기존 3분의 2 이하에서 3분의 1 이하로 낮추라고 했을 뿐 전체적인 등교중지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고3은 대입준비 등을 이유로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지난 29일 박원석 정책위원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고3은 입시 때문에 등교해야 하고 입시 때문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봐야 하며, 입시 때문에 수능이 변동 없다는 입장이 있다면 재검토하기 바란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내신과 수능, 학교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플랜B를 지금이라도 제시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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