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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급 3차 추경,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 돼야

전례 없는 규모 뒷감당 걱정
기업 환경 개선 노력 보태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일 3차 추가경정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경제 충격파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겠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정부는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한 달 앞당겨 발표했다. 그러나 확장재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나랏빚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아 보인다.

당정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회의를 거쳐 30조원대를 웃도는 규모로 3차 추경안을 잠정 확정했다. 21대 국회 개원 후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협상 시 다소 줄어들 소지는 있지만, 단일추경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한 해 세 차례 추경 편성도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코로나발 재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그 취지는 일면 이해된다. 한국형 뉴딜뿐 아니라 기존 일자리 지키기용 고용지원금, 지역 소비 촉진대책 등 돈 풀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역대급 추경이 한국 경제엔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할 순 없다. 우리 경제가 갇힌 '코로나 터널'은 아직 입구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미 1, 2차 추경 편성에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주 기준금리를 0.5%로 두 달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재정과 금리 등 남은 거시정책 수단이 많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하반기엔 30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터다. 3차 추경까지 동원한 뒤 재정여력이 고갈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뒷감당은 어찌할 것인가.

그런데도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시늉은 했던 1, 2차 때와 달리 3차는 대부분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니 더 큰 문제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나랏빚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린다는, 여권 일각의 '착한 채무론'이 어이없어 보이는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임금 인하와 근로시간법 개정 등 역발상으로 일자리 지키기에 나선 독일과 프랑스의 행보가 반면교사다.
우리처럼 정부가 빚을 내 선심을 쓰는 손쉬운 길만 고집하지 않고 노동개혁 등 기업 환경개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재인정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재정중독을 경계해야 한다. 추경의 규모보다 정부가 푸는 돈이 규제 혁파 등을 통해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