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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에 또 영장, 특혜도 과잉처벌도 없어야

특검은 뇌물·횡령으로 걸고
검찰은 분식회계로 또 걸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의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5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회계부정 의혹의 정점에 이 부회장이 있다고 본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비율을 조작하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법원이 영장을 내주면 이 부회장은 석방된 지 2년4개월 만에 재수감될 수 있다. 그는 2018년 2월 이른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 부회장이 연루된 사건은 둘이다. 먼저 국정농단 재판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맡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뇌물액수를 늘려서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정농단 재판 역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가 적법했는지가 핵심이다.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특검이 아니라 일반 검찰이다. 지난 2018년 가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1년 반 수사 끝에 지난달 하순에 이 부회장을 불러서 조사했다. 당초 삼바 사건은 분식회계가 쟁점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부각되면서 사건은 경영권 승계 논란으로 번졌다.

검찰에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먼저 중복수사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법리상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 재판과 별개다. 국정농단은 뇌물·횡령 혐의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법·외감법 위반 혐의다. 하지만 결국은 둘 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가 적절했는지가 핵심이다. 일반인들의 눈에 두 사건은 자꾸 겹쳐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삼성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독립적인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 권고에 따라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란 말까지 했다. 이미 국정농단 재판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고, 그와 관련해 반성문까지 낸 사람을 또 기소하고 처벌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이 부회장에게 특혜를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재벌 특혜가 통하는 세상도 아니다. 반대로 재벌이라고 과잉 처벌도 곤란하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수사가 상식선에서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