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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바이러스가 인간세포 RNA 따라해 생존

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
RNA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 활용 기대

B형간염바이러스가 인간세포 RNA 따라해 생존
B형간염바이러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B형간염바이러스(HBV)와 거대세포바이러스(CMV)가 인간세포 속 RNA를 따라하면서 스스로 생존하는 전략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RNA를 이용해 유전자 치료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RNA 연구단의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이 이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RNA 보호시스템을 역이용함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이 바이러스의 RNA를 분석한 결과 B형간염바이러스와 거대세포바이러스의 RNA에 다양한 염기로 이뤄진 '혼합꼬리'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혼합꼬리는 원래 세포가 자신의 RNA를 보호하기 위해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바이러스 RNA의 일부에는 실핀 모양의 '헤어핀'이라는 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에 단백질 복합체가 결합하면 TENT4 단백질이 혼합꼬리를 만들어낸다. 즉 헤어핀이 혼합꼬리 생성 유도의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혼합꼬리 형성을 돕는 단백질과 헤어핀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감염 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헤어핀과 단백질 복합체의 결합을 막으면 바이러스의 안정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김빛내리 단장은 "B형간염바이러스와 거대세포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인 혼합꼬리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며 "이는 혼합꼬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5월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구조 분자 생물학'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한편, 연구진은 2018년에 공개한 연구결과에서 혼합꼬리가 RNA의 분해를 막아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요컨대 일부 바이러스 역시 RNA 안정성을 높이고자 숙주세포의 자원을 활용하고 생존 전략을 모방해 혼합꼬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나아가 혼합꼬리를 만드는데 TENT4 단백질과 ZCCHC14 단백질 복합체가 이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8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거대세포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의 폐렴, 뇌염 등을 유발한다. 이렇듯 치명적인 감염성 바이러스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저마다 생존전략을 세우는데, B형간염바이러스와 거대세포바이러스가 자신을 보호하는 원리와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