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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모임, 26년간 위안부 팔아먹어"…이용수 할머니의 울분

"대구시민모임, 26년간 위안부 팔아먹어"…이용수 할머니의 울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세상 먼저 떠난 할머니들의 영정을 바라보다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날 날 선 비판을 쏟아부은 최봉태 변호사(전 시민모임 대표)가 오른쪽 뒤에 앉아 있다. 2020.6.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시민모임, 26년간 위안부 팔아먹어"…이용수 할머니의 울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 앞에서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2020.6.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시민모임, 26년간 위안부 팔아먹어"…이용수 할머니의 울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세상 먼저 떠난 할머니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0.6.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시민모임, 26년간 위안부 팔아먹어"…이용수 할머니의 울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추모한 뒤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의 부축을 받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0.6.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현충일인 6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이 건물 2층 옥상에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한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전 얼굴이 담긴 펼침막이 걸렸다.

일제의 침략전쟁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연 '2020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를 위해서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윤미향(전 정의연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회계 부정 의혹과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지 한 달 만에 이날 위안부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故) 김순악, 심달연, 김분선 할머니 등 펼침막 속 25명의 할머니들은 하나 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예년과 다르게 착찹하게 진행돼 참석자들은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발언에 나선 이 할머니가 정의연(정대협) 논란과 관련해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자 추모의 날 행사는 할머니의 울분과 그동안 대구에서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사람·단체와 할머니간의 해묵은 갈등을 보여주는 장(場)으로 바뀌었다.

이 할머니는 "언니들 여태까지 이렇게 해결 못하고 언니들 앞에서 내가 울고 있다. 생각해보세요. 조금 전에 여기 술잔을 부은 변호사가 있다. 우리를 26년이나 팔아 먹은 악인이다. 어디 여기 와서 술잔을 부어. 건방지게. 언니들 나는 끝끝내 이 원수를 갚을 것"이라고 흐느꼈다.

현재 시민모임 이사이자 2000년대 초반 시민모임 대표를 지낸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30여년간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해 왔으며, 한·일협정 문서공개 소송 등에서 이 할머니를 원고로 앞세워 승소하는 등 누구보다 이 할머니를 잘 아는 측근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정의연 논란이 촉발된 이후 최 변호사에 대해 뼈아픈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정대협은 물론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시민모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시민모임 누가 만들었나. 최 변호사가 만들었다. 이 사람(최 변호사)이 유족회(일제강제징용피해 관련 단체로 읽힘) 하는 사람인데 시민모임을 26년이나 해오면서 아무것도 도와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안이정선 전 시민모임 대표를 겨냥해서도 "6년 동안 대표를 유임하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같이 가자'고 해도 한번도 따라가 주지 않았다"며 "정대협과 시민모임에 30년 동안 (할머니들이) 당했다"고 했다.

할머니가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 미리 도착한 최 변호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여전히 해결 못한 위안부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 변호사는 취재진에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정쟁에만 관심을 두지 마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8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이 아니었던 당시 할머니들을 찾았을 때의 사진을 취재진에 보여주며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야당인 민주당 측은 위안부 합의를 반대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밝혀왔으나 현재까지도 진척된 상황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할머니의 울분이 쌓이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마저 국회로 가버리자 할머니의 심경이 매우 복잡했을 것이란 게 할머니를 잘 아는 대구지역 시민사회의 진단이다.

이 할머니의 성토가 이어지자 최 변호사는 행사 도중 자리를 떴다.

2차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정신대', '위안부' 용어를 두고서고 이 할머니는 울분을 쏟아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시민모임에 대한 비판을 가한 배경에는 단체명에 '정신대'라는 용어가 들어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정신대가 왜 위안부를 팔아 먹냐. 공장에 간 정신대와 일제 성범죄 피해자인 위안부는 다르다"며 "정대협이고 시민모임이고 모두 없애야 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 "수요일 데모(수요집회)도 없애야 한다"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서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와 시민모임 이사, 최근에 할머니 주변에 머무는 측근으로 알려진 이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를 주관한 서 대표는 착찹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서 대표는 "최봉태 변호사에 대한 할머니의 발언은 오해 때문이다"며 "최봉태 변호사와 안이정선 전 대표는 누구보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헌신해 오신 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신대와 위안부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할머니가 오해하고 계신 것"이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취재진에 당부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대구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 가장 심경이 복잡한 사람들이 이용수 할머니와 최봉태 변호사일 것"이라며 "두 분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은 만큼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