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
양석중 와우목공방 대표
태풍에 쓰러진 500년 고목 활용해
조선 왕실가구 강화반닫이 제작중
"전통문화 관련 정부지원도 고민을"
책장, 반닫이, 문갑, 약장 등 전통가구 겉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진 '목리'가 눈에 띈다. 나무 고유의 나이테가 그리는 문양이 고스란히 가구에 담겼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면서, 자라며 이겨낸 고난의 상흔이기도 하다.
수명이 오래가는 느티나무, 가볍고 습기방지가 뛰어난 오동나무, 단단한 밤나무, 변형이 적어 가구의 기둥재로 적합한 참죽나무나 가래나무, 목재 내부가 검게 변색된 먹감나무 등 용도에 따라 그 쓰임새도 제각각이다. 목재를 뜻하는 '재'(材)자가 쓰인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처럼 목공예도 어떤 나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건물 안 가구나 문을 만드는 국가무형문화재 소목(小木)장 이수자인 양석중 와우목공방 대표(사진)의 공방 안에도 10년 이상 자연 건조된 30여종의 국산 목재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좋은 나무'를 선별하는 법을 묻는 '우문'을 던지자 양 대표는 "아무 전제 조건 없이 좋은 나무, 나쁜 나무를 구분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쓰임에 따라 적합한 목재를 구별하는 것이 목수들의 목재 구분법"이란 '현답'을 내놨다.
어느덧 나무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20년이 됐지만, 그런 그도 노동운동을 하고, 대기업을 다닌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때가 있었다.
"목수가 된 이유도 '적재적소'란 말로 답하고 싶습니다. 직업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그 일로 돈을 벌 수 있고, 사회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두고, 일을 찾아봤어요. 다듬어 놓은 목재가 주는 느낌, 촉감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중에서도 전통가구를 좋아해 소목장을 선택했죠."
국가무형문화재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의 계승자가 점점 줄어드는 안타까운 현실도 마주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시장에 맡겨선 존립이 어렵거나 왜곡되는 면이 많아 원형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전통공예를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고, 우리 문화의 매력을 갖춘 채 세계인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가구를 짜야 한다고 늘 다짐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통문화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안을 고민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요즘 양 대표는 '강화반닫이'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강화반닫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세공으로 조선시대 왕실용으로 쓰인 가구다.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쓰러진 강화군 연미정의 500년 된 느티나무를 재료로 활용한 일종의 '재능기부'다.
"500년 고목을 그저 폐기물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100t 크레인을 동원해 목재를 꺼내 제재소에서 판재로 켰습니다. 강화군 석모도 수목원에 건조장을 마련해 판재를 한 장씩 쌓아서 자연건조를 시작했죠. 목재가 나무로 살았던 시간보다 더 길게 우리 곁에 남아있도록 튼튼하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도록 아름답게 가구를 짜는 일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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