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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G도 상시채용, 일괄 공채는 구닥다리

LG그룹이 올 하반기부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 체제로 전환한다. 기존 상·하반기 정기채용 대신 연중 내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부서에서 뽑도록 하는 방식이다. LG그룹은 현업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공고를 내고 직접 선발하는 등 채용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국내 대기업 상시채용은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물꼬를 텄다. 이어 SK그룹, KT 등이 공채 축소·폐지 방침을 밝힌 가운데 LG그룹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향후 이 같은 인재 선발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주목한다. 이미 우리 산업 토대는 기술의 진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눈부신 기술혁신은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단숨에 바꿔놓고 있으며, 이에 선제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불꽃 튄다. 더욱이 코로나19 같은 예상치 못한 악재는 기업들의 위기대응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으면서 불확실성 시대 더 강한 기업 경쟁력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급박한 환경 속에서 과거 같은 정해진 기간에 대규모 일괄채용하는 방식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수요에 맞춘 인재 확보, 속도감 있는 채용이 기업 능력일 수밖에 없다.

LG는 더불어 신입사원 70% 이상을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하기로 했는데 이는 직무 중심의 인재채용에 방점을 둔 것이다. 나이·성별·학력 등 나열형 스펙보다 뛰어난 역량·실무형 인재는 지금 기업이 요구하는 바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인생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서로에게 윈윈이다. 일괄채용으로 뽑은 직원은 1년 내 퇴사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실무형 채용은 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상시고용은 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상하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시스템이나 기수 중심의 폐쇄적 조직 운용은 대표적인 낡은 관행이다.
변화에 부응하는 발빠른 계획과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선 조직 전체에 유연한 사고가 흘러야 한다. 선진국에선 수시채용이 이미 일상화됐다. 우리 기업들의 인재선발 틀도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