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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기업법안 봇물, 유턴 정책은 헛발질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1일 입법예고됐다. 21대 국회 원 구성도 되기 전에 쏟아진 기업 규제 법안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이들 법안은 현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를 그대로 따른 것이긴 하나 지금 같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국면에서 그렇게 시급한 내용인 것인지 의아스럽다. 세부조항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기업 숨통을 틀어쥐는 것들로 가득하다.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회사 입장에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경영 내용을 통째로 가져다 바치게 하는 위험천만한 조항이다. 감사위원은 사실상 회사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자리가 이사회 외부로 열리게 되면 최대주주 의결권 3%룰을 악용하는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해 듣도 보도 못한 이가 감사를 맡을 수도 있다.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는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3%룰은 기업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재계가 오랫동안 개선을 요구한 조항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감사위원 분리 선출로 더 강한 철퇴를 내렸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기업활동에 급격한 위축을 가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장에선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누가 과감한 신규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기업과 사회에 불필요한 혼란을 키울 수 있다. 가격·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 가능하게 한 것인데 이중·삼중 고발과 제재가 적절한 것인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급박한 시간을 보내왔다.
이 와중에 예기치 않은 코로나발 경제봉쇄로 처절한 생존싸움을 벌이는 곳도 숱하다. 있는 규제들을 속속 풀어 기업들을 뛰게 해도 모자랄 엄혹한 시기에 폐기된 규제까지 되살려 기업을 옥죄는 것이 맞는 일인지 묻고 싶다. 이런 마당에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어찌 국내로 발을 돌릴 수 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