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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vs 이재명, 한때 촛불동지..이제는 대권 잠룡 라이벌로 격돌

2016년 탄핵정국서, 동지애 나누던 두사람
대권 레이스 시동, 본격적인 차별화 가속도

박원순 vs 이재명, 한때 촛불동지..이제는 대권 잠룡 라이벌로 격돌

박원순 vs 이재명, 한때 촛불동지..이제는 대권 잠룡 라이벌로 격돌

[파이낸셜뉴스] # 박원순 "듣기만 하면 낙원, 말보다 현실을 보라", 이재명 "현장성 부족한 비판, 해보면 알게 된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10년 만에 여권의 '대선 잠룡'들이 복지이슈로 격돌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전 국민고용보험'과, '전 국민기본소득'을 앞세워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이 각각 박 시장과 이 지사가 강력히 내세운 정책이기 때문에 두사람의 발언들은 상대방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서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 두 사람이, 이슈 선점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기회를 살려, 이번 논쟁을 내후년 대선 아젠다까지 끌고 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예고된 격돌...복지정책 이슈화 일단 성공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 국민고용보험과 전 국민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은 일단 바람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여야를 아우르는 유력 정치인들이 이에 관련해 한마디씩 거들면서 판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이 지사는 이 기회를 살려 여야를 아우르는 기본소득 공개토론까지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 시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언급하면서 전 국민고용보험이 결국 청와대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두 사람의 이번 격돌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지난 2018년 박 시장이 3번째 서울시장 임기를 시작하고,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 사이에는 은근한 경쟁기류가 흘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서울시와 경기도는 각각 '청년수당'과 '청년기본소득'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대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대상을 늘리자, 곧장 경기도도 청년기본소득 대상을 1만 명 늘리면서 복지경쟁에 불을 붙였다. 두 정책이 지급대상과 방법은 각각 달랐지만,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했다.

지난해 수도권 초대형 교통대란을 예고했던 버스파업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경기도는 요금 인상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올 초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 단초를 제공했던 '신천지' 대응에서도 박 시장과 이 지사는 경쟁적인 초강수를 쏟아 냈다. 박 시장이 3월 1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죄 등으로 검찰 고발하자, 이 지사는 다음날 곧장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으로 이만희 총회장을 잡기 위해 출동하는 퍼포먼스로 맞섰다.

이와 관련 서울 시정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같은 대형 지자체이기 때문에 정책 부분의 유사성은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라며 "상대를 의식한 경쟁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때 '형님, 동생', 촛불동지서 경쟁관계로
두 사람의 인연은 사실 정치권에 뛰어 들기 이전 부터 시작됐다. 박 시장과 이 지사 모두 민변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 시장이 참여연대를 만들었을 당시에 이 지사는 성남 참여연대에 몸담고 있었다. 이 지사는 또 박 시장이 운영하던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써 길을 걷기 시작했다. 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가장 적극 주장하던 동지관계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당론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야당이 결단을 내려 국민들의 대통령 하야 요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을 주장했다. 또 10월 말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박 시장은 행정력으로 이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직접 집회에 참석하면서 '촛불혁명'에 불을 댕겼다.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 지사도 촛불집회 동참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경력상 비슷한 점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평을 내놓는다. 이 지사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부터 '공정, 균등'에 관심을 쏟았다. 기본소득은 이를 바탕으로 이 지사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정책이다.

이에 비해 박 시장은 항상 '혁신, 개혁'과 같은 사회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전 국민고용보험제도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첫 단계라는 게 박 시장의 비전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고용보험제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라며 "특히 재원마련과 증세 부분에 대한 납득할 만한 구상부터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