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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형마트 소상공인 생존권도 외면 말아야

21대 국회에서 대형마트 출점제한 법안이 줄줄이 발의됐다. 매 국회 때마다 시도됐던 대형마트 규제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어기구 의원(민주당)안은 대형마트 출점 시 별도 심의기구에서 반대하면 대형마트 등록 취소가 가능하다. 올해 효력이 끝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전통시장 반경 1㎞ 이내) 내 대규모 점포 개설 규제를 5년 추가 연장하는 법안도 있다.

대형마트가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전통시장·골목상권까지 싹쓸이하는 건 안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가지 놓친 게 있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은 대형마트에 입점했다는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 거의 빠졌다. 심지어 약국·꽃집·미장원 등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임대매장까지 정부의 헷갈리는 기준탓에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e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올 3월 기준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17.6%나 폭삭 주저앉았다. 반면 온라인 매출은 16.9%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액은 13.8% 쪼그라들었다. 이미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200곳의 문을 닫겠다고 했다. 이마트도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형마트의 고사는 고스란히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한때 고용창출의 대명사였던 유통업이 실업의 칼바람 앞에 위태위태하다. 앞으로 대형마트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최악의 경우 수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물론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게으름은 문제다. 그렇지만 대형마트 출점제한이나 입지규제 강화가 반드시 전통시장 수익을 보존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의무휴업일 등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살리기보단 상당수 외국계 자본이 장악한 e커머스 시장만 키우는 꼴일 수도 있다. 무조건 대형마트(대기업)는 나쁘다는 이분법적 선입견은 위험하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규제를 하더라도 타이밍과 여건을 봐가면서 하자는 얘기다. 첨언하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중소기업 제품은 90% 이상이며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