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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막 나가는 北 도발 위협… 철저히 대비하길

대북협력 기조 이어가되
막말 공세에 굴복은 곤란

북한이 대남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성명이 신호탄이었다. 12일부터 하루 새 장금철 통전부장,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그리고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이어졌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13일 밤 남북연락사무소 파괴와 대남 군사행동 의사까지 내비쳤다. 청와대가 주말인 14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소집한 배경이다. 정부가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면 북한의 여하한 변칙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북측의 위협적 언사가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전단금지법' 입법을 예고하고, 탈북자단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지만 별무소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육두문자까지 동원했다. 2018년 9월 평양 방문 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찬 행사를 했던 옥류관의 주방장까지 "국수를 X먹을 때는 무슨 큰일을 칠 것처럼 요사를 떨더니…"라며 비난에 가세할 정도다. 이런 '말 폭탄'도 문제이지만, 남북통신선 차단 등 북측의 실질적 퇴행이 더 걱정스럽다.

북측의 막 나가는 태도는 어찌 보면 북한 정권이 내부적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민들의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심화된 북한의 식량난을 언급했었다. 군량미조차 모자란다면서다. 그러니 김 국무위원장도 며칠 전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평양시민의 생활보장"을 거론했을 것이다.

결국 삐라(전단)는 핑계일 뿐 북측이 대남 압박에 나선 속내는 따로 있을 법하다. 즉 문재인정부에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생색만 내지 말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푸는 데 앞장서라는 요구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은 13일 남측을 향해 "비핵화라는 X소리는 집어치우는 게 낫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대북협력의 기조는 이어가되 긴 호흡으로 대북정책을 재정립할 때다.
지난 3년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이 실제로 핵개발을 포기할 기미는 없었다. 전단지 문제 등에 대해 저자세를 보인다고 북측의 태도가 달라질 것인가. 북측의 압박에 밀린 섣부른 회유책보다 한·미 공조에 따른 선(先)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