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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TV·스마트폰 시장, 中은 질주 韓은 뒷걸음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2·4분기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밀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최근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코로나19발(發) 주요 시장 봉쇄 여파가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 된 것에 비해 중국은 피해를 덜 봤다. 안정된 내수 덕분에 출하량이 1·4분기와 별반 다르지도 않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예상점유율은 33.1%, 중국이 40%에 육박해 한·중 간 격차는 6%포인트가 넘는다. 수년간 글로벌 가전 1위 자리를 놓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많아야 3%포인트 차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꽤 큰 수치다.

스마트폰 판매에서도 중국이 앞질렀다.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보고서를 바탕으로 화웨이 4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삼성전자보다 많았다고 16일 보도했다. 이제껏 삼성전자를 제쳐본 적 없었던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 제재 압박을 받으면서도 선전한 것 역시 자국 시장 덕분이다. 애국소비 열풍까지 보태져 1·4분기 화웨이 중국 점유율은 작년동기 대비 10%포인트나 높아졌다.

가전, 정보기술(IT) 분야 중국의 맹추격은 예견됐던 바다. 코로나발 특수상황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무섭게 기술진보를 일궈온 중국은 이미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선진 기술만 살아남는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의 역습이 매섭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세계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24%에서 19%로 낮아졌지만, 중국은 그 기간 2%에서 5%로 뛰어올랐다. 과감한 인수합병, 인재영입, 막대한 시설투자는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의 기술·산업 경쟁력을 시급히 돌아봐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미 가능한 지원책을 총동원해 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었다.
우리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더디면서 기존 주력 산업은 제자리거나 아니면 오히려 뒷걸음이다. 지난해 반도체,자동차, 화학 등 국내 6개 대표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해외 경쟁사 절반 수준이었다. 연구개발 투자에 과감히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의 신산업·신기술 개발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