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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1번째 부동산 대책, 22번째 또 나올 것

돈 푼 장본인은 정부·한은
화풀이를 시장에 해서야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17일 내놨다. 집 살 때 대출이 어려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더 넓히고, 재건축 안전진단을 더 까다롭게 했다. 올 하반기부터 재건축 부담금도 본격적으로 징수한다. 부동산 법인엔 종합부동산세를 무겁게 물린다. 전세 끼고 사는 갭투자를 막는 방안도 나왔다. 37개월 전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두 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대책이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쯤 했으면 방향을 바꿀 법도 한데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규제일변도다.

문 정부는 '부동산 정치'를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 대책은 여기서 한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부동산도 엄연히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공급이 늘면 값이 떨어지고, 수요가 넘치면 값이 오른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을 마치 사회악 다루듯이 한다. 그러니 늘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반복한다.

21번째 대책만 해도 그렇다. 사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꿈틀댄 것은 정부가 자극한 측면이 크다. 코로나 사태 속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중에 돈을 왕창 풀었다. 정부는 1~3차에 걸쳐 총 6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낮췄다.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이렇게 풀린 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따라서 집값을 잡으려면 넘치는 유동성을 벤처투자 등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17일 대책엔 그런 내용이 싹 빠졌다.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서 모범국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부동산 대책은 정반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공급 원리에 충실한 대책 마련을 줄기차게 주문하지만 정부는 외골수다. 오로지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만 열을 올린다.

두더지잡기식 땜질 처방은 솔직히 좀 지겹다. 역대급 대책도 다 소용없다는 게 드러났다. 방향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4월 기준 시중엔 광의통화량(M2 기준)이 3018조원이나 풀렸다. M2가 3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화풀이하듯 부동산 시장에 종주먹을 들이댈 게 아니라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유도하는 합리적인 해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