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등록금 세금보전, 재정만능주의 경계해야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이 뜨겁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학습권을 침해받았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겠다는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정청은 17일 회의를 갖고 1학기 등록금 일부 반환 재원으로 최소 1951억원을 3차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내친김에 추가 증액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단 방역·원격강의 제작 등에 들어간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고, 대학은 자체적으로 환불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거들고 나서 3차 추경 편성을 주장했다. 정부, 정치권 모두 국민혈세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라 곳간은 화수분이 아니다. 이미 올해 1·2·3차 추경을 통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을 추가 지출키로 한 상태다. 여기저기 쓸 데가 많다 보니 정부는 올해만 97조3000억원어치 적자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3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2021년 935조원대로 늘어나고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사상 처음 100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년 46.5%, 2023년에는 51.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대학 등록금까지 국민세금으로 보전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사립 초·중·고에서 학비 반환 요구라도 나오면 그때도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까. 오죽하면 당청의 압박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등록금 반환 문제는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반대했겠는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등록금을 거둔 대학이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마땅하다.
이게 어디 부총리 윽박지른다고 될 일인가. 대학에 싼 이자로 긴급금융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의 용도제한을 해제해 재원마련의 숨통을 터주는 방법도 있다. 일만 터지면 국고에 의존하는 재정 만능주의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