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가상자산에 세금 물리되 시장은 키워야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에서 "가상화폐 과세는 7월에 정부가 세제개편에 포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오히려 과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과세는 곧 정부가 가상자산을 제도권 상품으로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가상자산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갔다. 과세는 회색지대를 벗어날 기회다.

여건도 무르익었다. 3년 전 국내에 암호화폐 광풍이 불자 정부는 암호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는 등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가상징표는 도박이며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한국 등 회원국에 대해 가상자산을 통한 불법 자금세탁 방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는 지난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이용에 관한 법률' 곧 특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VASP·암호화폐거래소)에게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한 게 골자다.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방침은 이 같은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관련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지난 12일 70주년 기념사에서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CBDC에 가장 적극적이다. 위안화를 디지털 화폐의 기축통화로 만들고 싶어서다. 민간 기업도 앞다퉈 가상자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국 페이스북은 미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상자산 리브라 프로젝트를 끈질기게 추진 중이다.

과세 방식을 놓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양도소득세 또는 기타소득세를 물릴 수도 있고, 거래세를 물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경우든 첫 과세이니만큼 무리한 징세는 피하는 게 좋다.
가상자산 투자는 전 세계가 무대다. 세금이 무거우면 투자자들을 해외로 내쫓는 격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면서 세수도 올리는 과세안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