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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천공항公 무더기 정규직화, 감당할 수 있나

직고용 등 총 1만명 전환
코로나로 올해 적자 예상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약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구본환 사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인천공항은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이라며 "1만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보안검색 요원 등 2100여명은 공사가 직고용한다. 공항운영, 시설·시스템, 보안경비 등 3개 분야 7600명은 자회사 정규직 신분이 된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비정규직은 가장 약한 고리다. 휴직 처리도 쉽고 해고도 쉽다. 정규직 전환은 이 같은 노동 취약계층에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도 부합한다.

이런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정규직화는 반발을 낳았다. 먼저 공사의 정규직 노조가 들고일어났다. 노조는 이번 결정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며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전환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등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의 거센 항의 속에 구 사장은 보안요원의 경호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간신히 빠져나갔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취업 사이트에는 "이건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 "몇 년 취업 준비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 "요행이 노력을 이기는 사회"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인천공항공사는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공기업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다. 현재 공사 정규직은 1400명이다. 취준생들은 추가로 1만명이 정규직이 되면 신규 채용문이 좁아질까 우려한다.

진짜 걱정은 인천공항공사의 경영 악화다. 공사는 올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90% 넘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은 당분간 이어질 게 틀림없다. 이 마당에 인건비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경영 측면에서 1만명 정규직화는 최악의 타이밍에 나온 악재다.

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부동산 정책과 비슷하다. 현실보다 이상 또는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밀어붙인다는 점에서다. 결과는 역효과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현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이 이명박·박근혜정부 8년보다 더 높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36.4%로 2007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이 1만명 줄었다고 전체 비정규직 숫자가 줄 것 같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