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9일간의 '사찰 칩거'를 마치고 24일 국회 복귀를 결정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 몇 개 더 가져오겠다고,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당의 '11(여당)대 7(야당)' 상임위원장 배분 제안을 재차 거절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추가 원구성 수순에 들어간 여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여당 몫 5개 상임위 등 6개 상임위원장 우선 선출,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등의 카드를 앞에 두고 막판 고민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또 이날도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원구성 합의를 압박한 여당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선출 철회를 요구한 야당이 전향적 변화없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여야 원구성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 23일 주 원내대표가 머물던 강원도 고성 화암사를 찾아 5시간여간 원구성 협상을 했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보할 만큼 양보했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망부석도 아니고 얼마만큼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통합당을 거듭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뒤이어 박병석 국회의장,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연달아 만나 이번 주 내 원구성을 촉구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박 의장과 면담 자리에서 3차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고리로 이번 주 내 원구성을 마쳐야한다는 뜻을 전했고, 박 의장은 여야 추가 협상을 당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면담 후 "(원구성) 관련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 선출 철회 등 통합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통합당을 배제한 단독 원구성 강행을 시사한 것이다.
또 김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을 직접 찾아 국회 정상화와 3차 추경 처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와 논의하라"고 선을 그으며 협상은 물꼬를 트지 못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방문과 관련 "일방적인 통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국회 복귀를 결정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추경안의 '현미경' 심사와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유용 의혹, 대북외교 등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입장문을 올려 "민주당이 숫자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면서 "이제 국민은 안중에 없는 거대 여당 폭주에 따른 국정 파탄의 책임도 전적으로 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이 이번 주 원구성 완료를 공언한 가운데 여야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여당은 일단 자당 몫의 5개 상임위원장 추가 선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야당 몫으로 배분된 예결위다. 추경 처리를 위해선 예결위 본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통합당이 예결위원장 선출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우선 예결위원장을 뽑아 3차 추경을 처리한 뒤 야당에 돌려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는 박 의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통합당의 요구대로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모두 가져오자는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원구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여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높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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