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ILO 협약은 노조에 창, 기업엔 방패 줘야

유럽 비준 압박은 부담
대체근로 등 허용하길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 3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23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퇴직교원과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이들 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노조는 강경노선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들여 정식 노조원 자격으로 사용자 측 협상 상대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해고자 복직 등 요구를 하고, 노조를 투쟁 일변도로 끌고 갈 수 있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규정은 사라져 이들에 대한 임금을 회사가 지불해야 한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둬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던 전교조는 합법노조 자격을 회복한다. 경영계는 경악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을 고용노동부가 다시 살려 입법예고했을 때부터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노동 3법' 개정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전조치다. ILO 핵심협약은 전체 189개 협약의 기본이 되는 8개 협약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등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현재 ILO 187개 회원국 중 144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의 대다수가 핵심협약 전체를 비준했다. 지금처럼 계속 놔둘 경우 무역압박에 시달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정부에 부담이었을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ILO 핵심협약을 빨리 비준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그러고도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말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갔다.

협약 비준의 당위성을 역대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이유는 국내 노동실정과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비준을 거부할 순 없는 노릇인데 방법은 기업에도 국제 수준의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길밖에 없다.

ILO 협약 비준국 중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노조가 툭하면 벌이는 사업장 점거 파업, 기물파손 행위는 법으로 막는 게 옳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일절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노조가 사측 압박용으로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가 바람직하다. 이들 관련 법안 개선과 노동 3법 개정이 함께 가야 한다. 사업주 영업권과 근로자 노동권은 동등하게 보장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