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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22번째 대책 만지막,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22번째 대책이 곧 나올 것 같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와 파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상 징후가 나오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6·17 대책으로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17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22번째 처방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부동산 정책은 하도 땜질을 하는 바람에 너덜너덜해졌다. 약발은 갈수록 떨어지고 부작용은 갈수록 커진다. 시장에선 정부 대책을 호재를 여기는 분위기마저 있다. 이 정도면 원점으로 돌아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점검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마치 여기서 후퇴하면 체면이 깎인다고 여기는 듯하다. 오죽하면 문재인정부와 가까운 심상정 정의당 대표마저 22일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말했을까.

 할 일 많은 국토부가 시민단체와 입씨름을 하는 것도 우습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정부 3년 간 서울 아파트 중윗값이 이명박·박근혜정부 8년보다 배 올랐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상승률 수치로 52%와 26%를 제시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52%는 통계를 과잉 해석한 결과라며 14.2%가 정확한 수치라고 반박했다. 이에 경실련은 25일 "국토부는 가짜뉴스를 만들지 말고 14%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맞섰다.

 심상정 대표는 근본 해법 중 하나로 "임대 사업자에게 주어진 모든 세제특혜를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대표 역시 22일 "임대업자가 자기 재산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아파트를 구입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며 "이 점을 시정해달라"고 말했다. 전문가 중에도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문 정부로선 참 곤혹스런 지점이다. 국토부는 2017년 12월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은 민간이 공공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는 전·월세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집주인이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소득·양도·종부세를 감면하고 건강보험료까지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대신 등록 임대주택엔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했다. 만약 정부가 다음 대책에서 이런 당근책을 없애면 스스로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격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릇된 길을 고집하기보다는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 출발하는 게 낫다. 그 전에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필수다.
무엇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고질병부터 고쳐야 한다. 정부는 세금,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큰 흐름만 잡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게 좋다. 만약 22번째 대책에도 철저한 반성이 담기지 않으면 어떤 번지르르한 대책을 내놔도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