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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규직화도 공정한 잣대로 하란 여론 따르길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화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공기업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4일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이 훌쩍 넘게 동의했다. 취업준비생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부러진 펜'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다. 일부는 고용상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냈다.

취준생들이 분노하는 핵심사유는 이렇다. 입사시험이 어렵고 대우도 파격적인 '신의 직장'에서 2000명 가까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취직공부해서 입사하는 것보다 차라리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는 우회로가 낫다는 푸념이 괜히 나오겠나. 근로환경이 열악한 비정규직을 줄이고 안정적인 정규직을 늘리는 건 맞다. 오랜 시간 성실하게 근무한 비정규직이 계층 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는 분명히 필요하다. 정세균 총리가 국회의장 시절인 2016년 말 국회 환경미화원을 정규직에 버금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여론의 박수를 받았다.

문제는 과연 정규직 추진 과정이 공정했고 정의로웠느냐다. 특정 시기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정규직이 된다면 불공정 특혜라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정규직화를 상징적으로 추진한 곳이어서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 대상 부서나 자리를 먼저 정하고 기존 비정규직과 외부 취준생을 동등한 조건에서 공정경쟁하도록 해줬으면 어땠을까.

그런데도 여권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왜 반대하느냐며 이념의 올가미를 씌우는 데 집중한다. 민주당 일각에선 문재인정부의 핵심가치인 공정·정의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잘못된 정보로 '을·을 갈등'을 부추긴다며 외려 야당과 언론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이해찬 대표까지 나서 "사소한 일"로 치부했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핵심은 역지사지다. 취준생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면 될 일이다.
여권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과정의 공정, 결과의 평등이 빈 말이 아님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무엇보다 정규직 전환 과정의 공정성 확보가 급선무다. 앞으로 노동단체들도 노사정 회의에서 해고금지 같은 요구 외에 정규직화의 공정성 의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