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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검찰 '이재용 불기소' 권고 수용이 순리다

수사심의위, 검찰에 제동
과잉수사 관행 성찰 계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변경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관여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검찰 주장 대신 이를 부인해온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이번 결정에 법적 강제력은 없다. 그러나 수사심의위 부의 직전 검찰이 청구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도 기각한 바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수사심의위에 참여한 14명 중 13명의 민간 심의위원이 압도적으로 내린 이번 권고를 받아들이는 게 순리라고 본다.

수사심의위의 이번 결정으로 공을 넘겨받은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웅래 의원 등은 27일 "검찰은 당연히 이 부회장과 재판에서 일합을 겨뤄야 한다"고 한 반면 양향자 의원은 "수사심의위 판단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정치권도 2018년 검찰이 스스로 수사심의위를 만든 배경을 직시할 때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부작용을 억제하고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를 곱씹어 보란 얘기다.

이번에 민간 심의위원들은 9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의 진위와 사회경제적 역할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해 판단을 내렸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권고가 이 부회장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준 건 아닐 수도 있다. 삼성 측이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답게 합리적 지배구조와 투명한 경영상을 확립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다.

다만 지난 1년7개월여 혐의 입증에 주력해온 검찰로서는 당혹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50차례 압수수색과 430여회의 관련자 소환조사를 벌이고도 범죄 혐의를 소명하지 못한 게 어디 보통 문제인가. 그 기간에 삼성이 잃은 기회비용과 한국 경제에 미친 부정적 파장을 생각해 보라.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이번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그릇된 수사관행 등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소를 강행할 게 아니라 혹여 '먼지떨이'식 과잉수사를 해온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