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홍콩보안법 통과, 경제적 파장 점검하길

중계무역지로 위상 흔들
대미 수출 반사이익 기대

중국이 6월 30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를 분열시키고 전복하려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벌써부터 홍콩에선 조슈아 웡을 비롯한 민주화 인사들이 체포될 것이란 소문이 돈다. 이에 맞서 미국은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일부 철회했다. 홍콩에 수출하던 일부 국방물자, 첨단용품 등 민감한 품목이 대상이다. 미국은 홍콩정책법(1992년)에 따라 홍콩을 특별대우했으나 보안법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보안법은 당장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1일은 23년 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역사적인 날이다. 중국과 영국은 1984년 중·영 공동성명에서 한 국가 두 체제, 곧 일국양제에 기초한 홍콩 반환에 합의했다. 향후 50년간 외교·군사를 뺀 분야에서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서방은 중국이 이 약속을 깼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보안법이 오히려 일국양제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옳든 보안법과 이를 둘러싼 미·중 마찰은 홍콩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에도 홍콩은 미국이 부여한 특혜를 바탕으로 국제 금융·물류 허브로 기능했다. 예컨대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한국의 4위 수출국이다. 한국이 홍콩에 수출한 제품 중 대다수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굳이 홍콩을 거치는 이유는 관세, 금융, 세제, 제도상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관세 특혜를 거두면 중개무역지로서 홍콩의 이점은 일시에 사라진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고 있다.

그렇다고 보안법 사태가 우리한테 죄다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중국도 홍콩을 대미 수출 경유지로 활용해 왔다. 이 길이 막히면 미국 시장을 놓고 중국산과 경쟁하는 우리 품목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고율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6월 30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홍콩이 일국양제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면서 안전과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도의 자치'를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홍콩이 갖는 특별한 위치에 우리 정부도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로선 경제적 실익을 중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길게 보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측도 귀담아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