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사진=뉴스1화상
이 둘의 조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ESPN은 이들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200.6㎝)와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165㎝)에 비유했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김용희(전 롯데·190㎝)와 김광수(전 OB·165㎝)가 있었다. ‘꺼꾸리와 장다리’ 김지찬(19·삼성·163㎝) 이대호(38·롯데·194㎝) 얘기다.
나이는 19살, 신장은 31㎝ 차이다. 한 명은 고졸 신인이고, 다른 한 명은 한국과 일본, 메이저리그까지 거친 한국프로야구의 아이콘. 이 둘이 30일 경기서 삼성과 롯데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대호는 확실히 검객이다. 함부로 칼을 뽑지 않지만 한 번 칼집을 벗어나면 어긋나는 법이 없다. 이대호의 칼이 30일 선두 NC를 저격했다. ‘검객’ 이대호의 칼은 두 차례 NC를 찔렀다. 이로 인해 1위 NC는 30일 현재 2위 키움에 두 경기차 근접 추격을 허용했다. 롯데는 다시 5할 승률로 올라섰다.
두 번의 저격 모두 홈런이었다. 경기는 엎치락뒤치락 승부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었다. 뒤집어 말하면 명승부. 이대호는 창원 원정경기서 3-4로 역전당한 7회 NC 구원투수 배재환의 슬라이더를 두들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롯데가 다시 6-4로 앞섰다.
끝이 아니었다. NC는 5-8로 뒤진 8회 말 3점을 빼내 8-8 동점을 만들었다. 이대호의 역전 3점포가 빛을 바래면서 연장전 돌입. 11회 초 무사 1루서 이대호는 텅 빈 왼쪽 관중석을 직격하는 결승 아치를 그려냈다. 시즌 9호 홈런.
롯데는 27일 샘슨을 내고도 삼성전에 패해 중위권 경쟁의 동력을 잃었다. 28일 승리로 한 숨을 돌렸으나 5할 고지에는 못 미쳤다. 더구나 주초 3연전 상대는 선두 NC.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3연전의 마수걸이를 이대호의 5타점 활약으로 승리했다.
삼성의 복덩어리 신인 김지찬. /사진=fnDB
김지찬은 30일 SK와의 홈경기에 유격수로 출전했다. 2루수, 3루수 심지어 외야수까지 겹치기 출현하는 김지찬이지만 유격수는 역시 부담된다. 19살 고졸 신인이 감당하기엔 수비에 대한 압박감이 크다. 바로 전 경기서는 선발 3루수로 출전했다가 2루수로 위치를 바꾸었다.
8회 초 SK 공격. 삼성은 6회까지 2-0으로 앞섰으나 7회 초 SK 최준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한 점차의 박빙 승부로 변했다. 1번 최지훈이 때린 타구는 유격수 땅볼. 바운드가 끝에서 조금 튀어 올랐다.
김지찬이 주춤거리며 잡아 1루에 송구. 장신(185㎝) 1루수 최영진이 점프해서 잡았으나 최지훈의 착지와 거의 동시였다. 원 판정은 아웃. SK는 즉시 비디오 판정을 신청했다. 아웃이 확정됐다. 실책을 범했더라면 무사 1루에 외국인 타자 로맥을 맞이해야 했다.
김지찬의 재치는 8회 말에도 번뜩였다. 삼성은 이원석의 홈런으로 3-1로 달아났다. 두 점차면 여전히 불안하다. 8번 김헌곤이 안타로 출루하자 김지찬은 1루 쪽 번트를 시도했다. 아슬아슬하게 아웃. 기록상 그냥 번트였으나 희생의 의미가 다분했다. 1루 주자를 2루로 보냈으니.
김상수의 2루타로 삼성은 한 점을 더 달아났다.
마무리 오승환의 뒷배를 감안하면 3점 차는 사실상 안정권이다. 경기에 이기기위해선 큰 것 한 방과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플레이가 다 필요하다. 이대호와 김지찬 이 둘이 내년 도쿄올림픽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모습을 보고 싶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님. 지켜보고 있죠?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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