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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에너지 정책 실패한 부담을 왜 국민에 지우나

정부가 탈(脫)원전으로 인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보전해주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를 위해 '전기사업자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등에 따른 한수원의 적자를 전기료로 조성한 기금으로 메우려는 발상이다. 문재인정부의 과속 탈원전 정책이 대규모 국민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꼴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료에서 3.7%씩 떼어내 조성한 돈이다. 장차 전력산업 개편에 대비하려는 목적의 기금이다. 그런데도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천지 1·2호기 등 신규 건설이 백지화된 원전 부지 매입 등에 든 비용으로 당겨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기금을 쌈짓돈처럼 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전력 공기업들의 경영 부실을 무작정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고충은 일면 이해된다. 3일자 본지 취재 보도를 보자. 한수원의 모기업 한국전력은 지난해 2년 연속으로 법인세도 못 냈다고 한다. 4년 전 1조1500억여원이나 내던 우량 기업이 탈원전 여파로 지난 한 해 1조3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면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기료로 탈원전 손실을 충당하는 게 온당할 리 없다. 이는 결국 국민의 주머니를 터는 격이어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은 아직 기술혁신이 더뎌 경제성도 환경성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탈원전 가속 페달을 밟으니, 여러 가지 탈이 나는 것이다. 한전이 최근 인도네시아 자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려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우려하는 국내외 환경단체의 반발로 이를 보류한 게 단적인 사례다. 오죽하면 1일 한수원뿐 아니라 민주노총 소속인 두산중공업 노조까지 포함한 원전 관련기업 노조 연합체인 원자력노조연대가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라"며 시위에 나섰겠나. 그렇다면 정부가 이제라도 과속 탈원전에 기반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원점에서 재고하는 게 정도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