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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아 돋우는 고위직 다주택, 이번엔 달라질까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현 정부 들어 21번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먹혀들지 않자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으로는 집값을 잡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을 포함한 다주택 보유 고위 공직자들이 꿈쩍도 않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연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수도권 다주택자는 1채를 빼고 집을 팔라”고 권고했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도 "정부 고위직도 다주택을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밝혔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다주택자를 공천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침을 이행한 고위직은 찾기 힘들다. 당시 권고 대상 11명 중 남은 인사들을 포함해 현 청와대 참모 12명은 아직 두 채 이상 보유 중이다. 민주당 당선자 중 무려 43명도 다주택자다.

장관급 인사 중에는 추미애 법무장관 등 대다수가 여전히 다주택자인데 윤석열 검찰총장만이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했다. 그러니 사회관계망에서 “(윤 총장이) 측근이 아닌 게 맞다”는 냉소가 퍼지면서 고위직들의 이율배반적 자세가 국민의 부아만 돋웠을 법하다. 오죽하면 현 정부와 코드가 비슷한 시민단체로 알려진 참여연대와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 등도 실세들의 이런 행태를 꼬집었겠나. 이처럼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청와대가 2일 한 달 말미를 준다며 다주택 처분을 재차 독려한 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공급 부족에 규제 일변도인 부동산정책의 한계를 뒤늦게 자인하면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고위직들의 다주택 보유 금지가 집값 진정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역설적이지만 노 청와대 비서실장이 네티즌의 비난 세례를 감수하면서 자신 소유 두 채 중 충북 청주 아파트만 내놓고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는 보유하기로 한 데서도 확인된다. 무주택 대중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공급 확대를 유발하는 효과는 미미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범여권이 이구동성으로 국민 앞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기왕 투기와의 전쟁을 치르겠다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청와대 참모들과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이 다주택자로 버티고 있는 한 조만간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들 시장에 먹혀들 리가 만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