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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코로나19 속 슬기로운 폭염 대처법

[차관칼럼] 코로나19 속 슬기로운 폭염 대처법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 꼭 올해 여름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매년 여름이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습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가 찾아온다. 지난 2018년에는 폭염일수가 31.5일이나 발생했다. 살인적 무더위에 48명이 사망하고, 4526명이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으로 고통을 받았다. 작년에는 다행히 더위가 주춤해 폭염일수 13.8일, 사망자 11명, 온열질환자 1841명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우리나라 올여름 폭염일수가 20~25일로 평년(9.8일)의 2배 이상이고, 작년보다는 7일쯤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폭염피해 저감을 위해 철저한 대응이 필요할 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을 모으거나 접촉하기가 어려운 탓에 기존의 폭염대책만으로는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염과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협조가 중요하다. 폭염 안전수칙인 불필요한 외출 자제하기, 물 자주 마시기, 더울 땐 그늘에서 쉬기 등을 지키면서 손 자주 씻기, 야외에서는 사람 간 거리두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마스크 착용하기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함께 잘 지킨다면 올해 여름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더위쉼터 운영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하거나, 더위를 피할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무더위쉼터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무더위쉼터를 작년과 같은 방법으로 운영한다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존 운영방법만 고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와 함께 야외 무더위쉼터로 눈을 돌렸다. 집 앞 정자, 공원, 교량 하부, 하천 둔치 등 그늘이 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곳을 야외 무더위쉼터로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인근에 이런 장소가 마땅하지 않은 곳은 임시로 천막을 설치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실내 무더위쉼터도 방역을 한층 강화해 운영한다. 무더위쉼터 이용자 관리를 위해 명부를 작성하고 출입 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을 하도록 한다. 쉼터 내에서는 2m(최소 1m) 이상 떨어져 앉도록 하고, 시설 이용 가능인원을 50%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며, 실내 주요 공간에 대한 소독과 이용자 위생교육도 강화한다.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방안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독거노인, 쪽방촌 등을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의 안부도 확인하고 얼음물, 쿨링용품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물품을 전달하거나 문 앞에 두고 목소리로만 안부를 확인하는 등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전환한다.

한편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논밭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98명 중 31명(32%)이 논밭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마을방송, 문자서비스, 이·통장 방문 등을 통해 땡볕에 일하지 마시라고 안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아이디어를 낸 것이 '부모님 안부전화 캠페인'이다.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녀들이 오전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안부전화를 드린다면 부모님들이 논밭 일을 줄이지 않겠는가. 여름철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전화 한 통이 코로나19와 폭염 피해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계조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