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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헥시트

1995년 개봉작 '쇼생크 탈출'은 억울하게 누명 쓴 주인공이 악명 높은 쇼생크교도소에서 탈출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교도소 탈옥 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자유를 만끽하는 표정이 압권이다. 요즘 홍콩이 소란하다. 중국이 홍콩 내 반중활동 처벌을 강화하는 홍콩보안법을 본격 시행하면서 헥시트(Hexit·홍콩탈출)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수출허가 예외 등 홍콩에 내준 특별대우를 거둬들이면서 전대미문의 쓰나미가 금융허브 홍콩으로 접근 중이다. 1차 쓰나미는 인력이탈로 다가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홍콩을 떠나려는 주민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1989), 홍콩 주권반환(1997), 우산혁명(2014)을 넘어서는 이민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은 이민법을 바꿔 홍콩을 떠나는 시민들에게 영국 정착 기회를 확대했다. 일본은 홍콩 내 금융인재들에게 일본 체류허용 심사 때 가산점을 줄 참이다. 대만도 이주지원센터를 내고 금융인재와 기업 유치에 본격 나섰다. 자본과 기업도 속속 이탈 중이다. 중국이 홍콩 통치력 강화를 위해 조만간 금융·경제 제재 카드를 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작년 6월 홍콩 민주화 시위 발생 이후 4개월간 홍콩에서 빠져나간 예금만 약 400억달러에 달한다. 4월 싱가포르 외화예금은 6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4% 급증했다. 일본과 대만은 홍콩 이탈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감면, 임대료 할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헥시트는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다. 홍콩은 제4위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액만 460억달러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전체의 26.5%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도 뇌관이다. 홍콩에 진출한 20여곳의 한국 금융사(은행·증권사 등)들은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홍콩발 금융쓰나미가 닥치기 전 촘촘하게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