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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주택 구입자 혜택? 성난 민심 달래기용 '빈수레' 될라

文, 신혼부부 등 대책 주문했지만
취득세 감면, 지자체 반발 가능성
공급 확대는 현실적으로 한계
고령층 무주택자 역차별 논란도

생애 첫 주택 구입자 혜택? 성난 민심 달래기용 '빈수레' 될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구입자를 위한 혜택을 주문했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세부담 완화나 특별공급 물량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오히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40대 등 고령층 무주택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6·17 대책에 실망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상징성 발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도 당장 시장을 안정시킬만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다.

세부담 완화, 효과 미미할 듯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문 대통령이 6·17 대책의 보완책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요구한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생애최초 구입자의 세부담을 완화하고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시장에선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당장 세부담 완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건 취득세 감면이다. 연간 소득 합산이 7000만원(외벌이 5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는 3억원(수도권 4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취득세 50%를 감면받는다. 이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올해 초 폐지를 앞두고 있었지만 약 1년 더 연장됐다.

그러나 취득세 감면 비율을 조정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취득세는 지방세에 해당하는 데다 지방세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세수가 지금보다 줄면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의 기준을 적용해도 취득세 감면 혜택이 최대 200만원 수준이어서 청년과 신혼부부가 체감하는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금융인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가 시중 은행 대출과 큰 차이가 없어서다. 다만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정부 인식이 '갭투자'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자를 걸러내는 조건도 한 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특별공급 물량 확대 한계 있어


특별공급 물량 확대도 지원 방안으로 올라왔지만 청년·신혼부부가 만족할만한 공급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은 서울, 수도권이지만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정비사업 대부분을 묶어놨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이 서울 집값을 띄울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도 여전해 관련 규제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비사업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 물량을 늘린다 해도 입주는 어렵다. 이미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가는 데다 대출길도 아예 막혀서다.

이 때문에 청년과 신혼부부가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은 3기 신도시뿐이다. 3기 신도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9000가구를 사전 청약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도 이번에 3기 신도시 물량 확대를 지시했다.

문제는 이미 신도시 공급물량 4분의 1을 사전청약으로 내놓은 상황이라 추가 물량 확보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착공과 준공 등 공사기간을 단축도 불가능해 당장 추가공급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자세한 내용 없어..상징성 발언 지적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놓고 전문가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까지는 6·17 대책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상징적 발언만 나와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6·17 대책이 서민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집값을 더 올려놔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라며 "정부의 이번 발언은 6·17 대책으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는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아직 방향성만 얘기했을 뿐 자세한 그림이 없어 공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도 "지금은 청년·신혼부부뿐 아니라 전체 실수요자들에게 공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쪽만 콕 집어 언급해 40대 이상 무주택자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도심 내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실수요자 입장에선 특별공급 확대 등 내용이 속 빈 선언적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