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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 돌려줘" 사모펀드 사태 3조원대 민사소송 대란 예고

VIK·라임·옵티머스 등
환매중단 연이어 터져 피해
운용사 위법행위 인정받아도
파산·회생절차 땐 실익없어
판매사 상대 소송도 이어질 듯

"내돈 돌려줘" 사모펀드 사태 3조원대 민사소송 대란 예고
국내 사모펀드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3조원대 '민사대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투자사기 사건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은 사건의 발단인 자산운용사는 물론 판매사를 상대로까지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태세여서 예상 배상액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운용사 이어 판매사로 소송 확산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한성수 부장판사)는 최근 VIK 투자자 문모씨가 VIK를 상대로 "3억9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개인투자자가 VIK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투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문씨처럼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도 운용사로부터 투자피해 금액을 오롯이 배상받기는 쉽지 않다.

VIK는 최근 파산 결정을 앞두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절차를 거쳐 투자자들의 피해금액을 갚아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추된 명성과 회생 가능성 등을 따져보면 이 같은 취지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파산 혹은 회생절차를 통해 일부 투자자의 피해금을 배상해도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일반 투자자는 제대로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과 옵티머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자산운용사의 위법적 행위가 인정되면 회사가 정상적 기능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경우 쏟아지는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요청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투자자들은 로펌을 통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외에 판매사들을 상대로 민사소송 제기 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해줄 만한 여력이 없다고 판단, 또 다른 책임자인 판매사들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배상액 규모 눈덩이 커지나


각 사건의 피해액을 살펴보면 VIK는 7000억원, 라임 1조7000억원, 옵티머스는 5100억원가량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액 규모만 3조원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이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를 상대로 손배소를 진행할 경우 전체 배상액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불거진 금융사건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한 변호사는 "개별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해서 운용사를 직접 고소하기엔 어려움이 있고, 진행한다고 해도 실익이 없다"며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들도 일부 책임이 있는 데다 운용사에 비해 배상 능력도 있기 때문에 판매사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는 이들이 늘어날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에서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권고한 점도 민사소송 행렬을 부추길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상품 원금손실에 대해 100% 배상하라고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매사 입장에선 감독권한이 있는 금감원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전액을 배상하기엔 액수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결정이 강도 높은 조치인 것은 맞지만 액수가 워낙 큰 데다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고는 볼 수 없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게 불가피하다"며 "금융사건의 경우 투자자 혹은 판매사마다 상황에 따라 조정·수사 결과가 천차만별이 될 수 있어 처분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법원을 찾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사법기관 판단 중대변수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도 민사소송 행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운용·판매사들의 형사적 책임이 인정되면 투자자들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배상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공동소송 대리인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촉구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진행됐다. 금융당국,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다.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한 변호사는 "금융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경우 내용이 복잡하고 상황별로 살펴야 할 내용들이 많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형사적 책임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선행되면 민사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단축될 수 있어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