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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전 UR때 생긴 '농특세', 세입 74%는 거래세로 채웠다 [농특세로 번진 거래세 논쟁]

94년 이후 10년 한도 두 번 연장
농민 지원 목적… 지금엔 안맞아
증시 변동따라 예산·수납 달라져
세입 안정성 하락에 "개편 해야"

26년 전 UR때 생긴 '농특세', 세입 74%는 거래세로 채웠다 [농특세로 번진 거래세 논쟁]
정부가 증권거래세 인하를 결정하면서도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를 유지키로 한 가운데 1994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농특세가 목적을 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과세구조상 세입 안정성이 떨어져 과세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농특세에 대해 원론적으로 비판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1994년 한시적으로 제정된 농어촌특별세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해온 측면이 강하다는 취지다.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농산물시장 개방이 확정되자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10년 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농업개방(1997년)이 이뤄진 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지난 2004년 10년 연장을 결정했고, 2014년 추가로 10년 연장이 결정돼 2024년까지 거두기로 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2024년에도 자연스럽게 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재정당국은 "예산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농특세, 교육세 등이 포함된 목적세 폐지를 추진했다. 그러나 농어촌을 기반으로 둔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현재 농특세 세입 대다수는 증권거래세에 의존한다. 2018년 전체 농어촌특별세 규모의 73.8%가 증권거래세 세입이다. 이 때문에 주식거래액, 다시 말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여부에 따라 예산과 수납이 오락가락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농특세 예산은 3조8000억원이었으나 실제 수납액은 4조4000억원으로 6000억원이 더 걷혔다. 지난해는 상황이 역전돼 4조2000억원을 예산으로 잡았으나 3조9000억원밖에 걷히지 못해 3000억원이 모자랐다.

결과적으로 바이오 열풍이 거셌던 2018년에는 농특세가 더 걷혔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장에 냉기가 가득 찼던 지난해에는 세입이 모자랐던 셈이다. 농어촌 진흥을 위해 생긴 세목이지만 아무런 관련 없는 주식시장의 열기에 따라 세금이 이월과 불용을 반복, 개편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농특세를 증권거래세에 포함한 배경에는 주식 투자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성격이 강했다"며 "세제개편 과정에서 농특세를 남긴 것은 조세 합리주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떻게 농특세가 증권거래세 안에 붙어 있게 됐는지 의아하다"며 "거래세 폐지 논의에서 가장 철회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어촌 전문가들은 여전히 농어촌의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농특세 폐지가 아닌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특세는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의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농어촌 재정지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새롭게 세원을 만드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전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양도차익세로 전환한 다음 세수의 일부를 농특세로 전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달 24일 농어촌특별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4개 법안을 발의하면서 "주식 등의 양도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일정 금액을 농어촌특별세 사업계정에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