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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2번째 부동산 대책, 서둘다 큰코 다칠라

대통령·정치권까지 가세
강경일색에 후폭풍 우려

부동산 정책이 진흙탕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정부는 조만간 22번째 대책을 내놓을 태세다. 국회엔 세금을 더 물리고 규제를 더 조이는 법안이 차고 넘친다. 정부도 정치권도 시민단체도 여론도 모두 격앙돼 있다. 이대로 강행하면 안 된다. 어떤 부작용이 또 나올지 모른다. 냉각기가 필요하다.

먼저 당부한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을 정치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부동산도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엄연한 시장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응당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투기와의 전쟁은 헛발질하기 일쑤다. 투기와 투자는 구분이 쉽지 않다. 내집을 장만하려는 욕심은 투기가 아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전쟁을 선포한 통에 그저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이래선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논란도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집을 두 채 넘게 가진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한 채만 빼고 팔겠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키는 게 옳다. 하지만 약속을 어겼다고 돌팔매질까지 당할 이유는 없다. 재산권은 헌법(23조)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권리다. 위법이 없는 한 재산권은 보장하는 게 옳다. 애시당초 청와대와 민주당이 여론용으로 매각 약속을 한 게 잘못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7일 "강제로 팔라는 것은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보다 더 급한 게 있다. 바로 정책 전환이다. 21번이나 둑을 고쳤는데도 여기저기 물이 샌다. 그렇다면 둑을 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 게 순리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마이웨이를 고집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결국 수요·공급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열쇠라고 본다. 원리는 간단하다. 값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고, 값이 내리면 공급을 줄이면 된다. 나머지 자질구레한 대책은 시장에 맡기면 된다. 올바른 정책을 써서 집값이 잡히면 팔을 비틀지 않아도 알아서 판다. 이게 본질이다.

22번째 대책은 잠시 미루고 부동산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가 쥔 부동산 정책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넘겨주는 방안도 고려하면 좋겠다. 지역 일은 지자체가 제일 잘 안다.
그 대신 중앙정부는 부동산이 금융, 나아가 국가경제에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오지 않도록 큰 틀에서 관리하면 된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서민 주거복지도 중앙정부가 할 일이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대는 모습은 이제 솔직히 지겹다.